타짜(The War of Flower, 2006)

조스누 볼살 통통

거의 14년만에 다시 본 거겠다. 다시 보기 직전까지만 해도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났는데, 영화 보다 보니 한 장면 한 장면 익숙하다. 최근엔 '묻고 더블로 가!' 밈이 갑자기 유행을 타고, 꾸준하게 패러디도 많이 만들어진 덕에 특히나 더 그럴지도..

 

정말 만화적이면서도, 영화다운 작품. 원작 자체가 세기말에 만들어졌고.. 옛날 도박판(만화는 1960년대, 영화는 1990년대)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어딘가 조금 촌스러운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좋게 말하면 굉장히 토속적이고 걸쭉한 느낌. 그걸 세련되게 살린 건 200% 김혜수의 덕이다. 정말 아름다우시고 세련되시고.. 보석 같으시다.

 

하지만 잊지 못한다. <타짜> 영화 개봉된 이후에 김혜수가 강호동이 진행하는 SBS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김혜수 소개하면서 <타짜>에서 어쨌구 저쨌구를 말로 하지 않고 요상한 감탄사로 채워서(몸매 찬양의 투) 거의 성희롱에 가까운 무례 범한 거. 그때 김혜수의 싸늘해진 눈빛... 예능에 나왔는데 정색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웃어넘긴 것이.. 진짜 잔혹하고 절망적이었다.. 정색하고 앉아서 논리정연하게 그의 연기력을 평해도 몇 십 분 분량을 뽑을 걸. 개놈들.

 

아무튼 영화의 재미는 둘째치고. 내가 왜 도박과 사기에 미친 자들의 서사를 봐야 하나, 현타도 왔다. 망할 고니놈, 누나 이혼 위자료 훔쳐다가(위자료를 왜 현금으로 줘 ㅜㅜ) 돈 다 날려먹고 영영 가출. 손기술이 어쩌고 도박이 스포츠인양 굴지만 결국 사기꾼인 거면서, 되게 프로페셔널한 척하네. 이 영화 나오고 한동안 온라인 고스톱 사이트 엄청 인기였던 거 생각난다.. 유료와 무료의 경계까진 모르겠으나 수억 대의 포인트 걸고 하는 거. 음지의 악행이 양지로 올라올 수 있도록 이 영화가 힘껏 이끌고 밀어준 느낌..

 

흐리멍텅하게 살다가 일터에서 도박에 빠진 고니(조승우). 자신에게 손기술을 가르쳐준 평경장(백윤식)을 아버지처럼 존경했나보다. 평경장이 소개해준 정마담(김혜수)에게 빠져선, 더 큰 물에서 놀고 싶단 생각에 평경장과 헤어진다. 그러다 평경장의 갑작스런 손목 절단 및 피살 사건으로 절망. 살인범으로 추정되는 아귀를 찾아서 겨루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정마담의 플레이어로 활동하다가, 어느날 정마담네 도박장이 통째로 단속에 걸리자 같은 테이블에서 화투를 치던 고광렬(유해진)과 함께 옥상으로 탈출한다. 고광렬과의 우정 시작. 여전히 아귀를 찾겠다면서 여러 도박장을 다니다가 "묻고 더블로 가"의 곽철용(김응수)까지 만나게 된다. 그의 돈을 다 털어먹고 찾은 식당에서 화란(이수경)과 세란(김정난)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감옥에서 나온 정마담은 새로운 사업을 위해 예림이가 되어 박사장을 유혹한다. 그리고 고니가 새 애인을 만나 변심한 것에 기가 막혀 하며 새로운 판을 계획한다. 고니는 박사장 돈을 더 털어먹기 위해 술수를 썼다가 결국 죽기 직전까지 가고.. 그다음은 스포일러니까 여기서 끝.

 

어쨌든 도박판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원수도 없다는 평경장의 말과는 다르게, 고니는 영원한 친구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친구에게 그렇게 진심을 다할 거면 가족한테도 좀 돌아가지.. 친구 심부름 시켜서 돈다발만 건네주곤.. 엄마 누나 불쌍하지도 않니. 말도 잘 듣던 애가.. 이해 안 감.

 

 

나 조승우 덕질하나 봐..ㅜㅜ 유튜브 영업에 넘어가서인지.. 옛날 작품 하나씩 다 보고 있네. 아 옛날엔 이렇게 안 좋아했는데 아?

 

넷플릭스에 있다. 그런데 색감 어쩔.. 리마스터링을 좀 하면 좋겠다.. 개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