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인 타임(The Child in Time, 2017)

 

 

어린 딸을 잃어버린 동화작가의 이야기.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작. 스티븐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딸 케이트가 사라진다. 스티븐이 유명 작가인 덕에 딸을 찾는다는 소식은 거의 전국민이 알게 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딸 소식은 없다. 아내 줄리와의 관계도 서먹해졌고 별거에 들어갔다.

 

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 반응, 행동 같은 것을 보여주는 방식과 태도가 스테레오타입과는 완전히 달라서, 조금 당황할 수 있다. 삶이 피폐해지고 매일 같이 눈물을 흘리고 전단지를 붙이고 나눠주느라 길거리를 헤맬 것 같은데, <차일드 인 타임>에서는 그렇지 않다. 줄리는 스티븐이 챙긴 전단지 꾸러미를 보고는, 우리 애가 무슨 고양이냐며 비아냥거리고, 이제 우리 포기할 때가 됐다며 마음을 내려놓기도 한다. 물론 그 뒤에 이제는 우리가 케이트를 찾을 게 아니라, 케이트가 우리를 찾아야 한다며 다른 말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 영화의 시점은 스티븐을 따라간다. 스티븐은 일을 하고, 일터에서 사람을 만나고, 케이트를 닮은 여자아이를 보곤 정신없이 뒤를 쫓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종종 아내와 재회하고, 눈물을 흘린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다.

 

원작은 1987년작 소설이다. 이언 매큐언의. 이언 매큐언은 <어톤먼트> 원작, <체실 비치에서> 원작을 썼고, 맨부커상, 셰익스피어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차일드 인 타임>을 출간하고는 같은 해 휘트브레드상을 탔다. 

 

(마지막에 엔딩 스포일러 포함) <차일드 인 타임>은 '제때 온 아이' 정도의 의미다. 아이를 만나는 건 타이밍이라는 뜻. 기다림에 지친 부모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 아닐까. 스티븐의 엄마는, 임신 계획이 전혀 없었다가 그를 갖게 되었고, 어느 펍에서 스티븐의 아빠를 기다리다가 창 밖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남자아이를 보게 된다. 본능적으로 그 아이가 뱃속의 아이라 느끼고, 큰 울림을 받은 엄마. 그 미지의 만남은 엄마가 스티븐을 낳고 키우기로 결심한 계기이기도 하다.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스티븐의 엄마는 스티븐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는 제때 오게 되어 있다며, 케이트도 그렇게 널 찾아올 것이라고 위로해준다. 사실 그 펍은 얼마 전에 스티븐이 우연히 들른 곳이다. 줄리의 새 집을 찾아가던 길에, 케이트를 꼭 닮은 여자아이를 보곤 뒤쫓다가 길을 헤매고, 우연히 어떤 펍을 보게 된다. 펍에 들어가진 않지만, 유리창을 통해 어떤 금발의 젊은 여자와 마주친다. 긴장한 표정으로 있다가 스티븐과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 여자.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스티븐은 황급히 자리를 뜨지만, 그 펍의 존재가 영 마음에 남아, 몇 주 전 부모에게 그곳을 아냐고 물어본 것이다. 스티븐은 그곳에서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엄마와 만난 셈이다. 듣도 보도 못한 출산 설화가 썩 신비로웠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줄리는 외출을 준비하다가, 창밖에 서 있는 남자아이를 보게 된다. 분명 아이가 있을 리 없는 외딴 곳인데.. 문을 열고 나가자 일찍 도착한 콜택시 운전수가 홀로 서있을 뿐이다. 그러다 몇몇 사건이 흐르고, 영화는 줄리의 임신과 출산 소식으로 끝난다. 임신하자마자 출산..? 몇 개월 동안이나 임신 소식을 남편에게 숨기다가 출산 직전에 알린다고? 개연성은 정말 개나 준 엔딩이지만.. 뭐 어쨌든 둘의 희망으로 끝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