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The Classic, 2003)

<클래식>은 17년만에 다시 봐도 멜로 영화의 진수. 손예진은 어떻게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곰돌이 같이 생겼을까. 보는 내내 미모에 감탄 또 감탄. 또 17년 전엔 조인성의 미모에 더 취해서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엔 단연 조승우다. 연기 혼자 제일 잘해. 진짜 괴물인가 봐. 춤도 잘 추고 몸도 진짜 잘 쓰네.. 과연 조승우. 몸 쓰는 연기를 영화, 드라마에서 또 해줬으면 좋겠다. 요즈음 기준 뮤지컬에서만 하는 건 재능 낭비 아니냐고.

 

굉장히 영리하게 잘 짜여진 영화다. 그 사실조차 넘 귀엽다. 지혜가 집에 홀로 남아서 여행을 떠난 엄마 주희의 옛 편지를 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새하얀 비둘기 세 마리가 창틀에 앉아서 막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은..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익숙하고 또렷하다. 서울 어느 집에 하얀 비둘기가 살며 또 동시에 사람 사는 집 안으로 들어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에도, 그냥 사랑스럽고 귀여워. 엄마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와 딸의 새로운 설렘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똑같은 제스처를 통해 시간을 오가는 것도 어찌 보면 뻔하고 조금 인위적인데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옥의 티 같은 것도..ㅎ 다들 풋풋해서 그런가.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게 하는 오두막 사건(?)과 여주인공의 병약함, 낭만적인 반딧불이 장면, 우산 대신 자켓을 쓰고 빗속을 달리는 장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이코닉하다.

 

조인성이 발연기로 통편집이 된 걸 뒤늦게 알고 항의했다니.. 처음 알았다. 그래서 <클래식> 홍보 영상에 조인성이 없었구나.. 쓰읍.. 지금 연기 잘하면 됐지. 그래도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어색해질 과거사(조승우 제외) 지금이라도 공개해 보면 재밌지 않을까. ㅎㅎ 본인이 수치스러워하겠지만.. 지혜와 상민의 러브 스토리가 너무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느낌이 아쉬워서..

 

아무리 시대를 생각해 봐도.. 약혼자가 사실은 자신의 친구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고도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이상하고, 자신은 눈이 멀어서 옛 여자친구와 재회할 수 없겠단 결론을 내렸어도 다른 여자와는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점이 조금 이기적이고, 결혼했단 이야기는 들었는데 눈 멀었단 이야기는 듣지 못한 정황도 수상하다.. ㅎㅎㅎ 준하는 유능한 소설가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나온 곡들은 이미 명곡이었지만 21세기 청년들에게도 국민 곡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듯. 기타 치면서 엄청 불렀던 기억이 난다. 나도 준하 편지 받고 싶다..

 

손예진 배우가 몇 년 전 곽재용 감독과 함께한 GV에서 1인 2역을 제안했다고 처음 말했다. 진짜 대박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함. 연기 욕심에 큰 박수를 쳐주고 파.

 

촬영 장소도 다 너무 예쁘다. 그런데 전국 곳곳의 학교가 등장했더라. 장소 물색하랴 이동하랴 고생 많이 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