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사라졌다(J'ai perdu mon corps, 2019)

 

 

수작. 몸을 잃은 한 손의 여행. 그런데 몸이 손을 잃은 걸까, 손이 몸을 잃은 걸까.

 

파리의 윙윙대는 소리와 바닥에 떨어진 나사, 그 주위로 흐르는 피. 한 남자가 쓰러져 있고, 그의 이름 '나우펠'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영화는 시간을 오래 전으로 돌려 '나우펠'의 어린 시절을 흑백으로 비춘다. '나우펠'은 아빠에게 '파리 잡는 법'을 묻는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화면을 메운다.

 

무언가를 찾는 듯한 '손'의 여정, '나우펠'이 '손'을 잃기 얼마 전 이야기, '나우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영화다. 손은 추억에 빠지고 길을 헤매며 열심히 살아남는다. 세상을 누비는 손의 생생한 감각이 영화를 지배한다. 그의 손은 한때 피아노를 치고 잠들 때도 우주 비행사 인형을 꼭 붙잡았고 세상의 소리를 카세트 테이프에 담았다. 파리를 잡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다 느닷없이 찾아온 시련은 그의 삶을 통째로 멈추게 했다. 심지어 파리조차 잡지 않는다. 심기일전. 다시 파리를 잡고자 마음 먹었을 때, 또 다른 시련이 들이닥쳤다.

 

영화는 운명을 원망하는 듯해도 결국에는 삶을 예찬한다. 몸이 손을 잃은 걸까, 손이 몸을 잃은 걸까. 궁금증은 영화가 끝나도 해소되지 않는다. 부디 나우펠이 이제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마음을 열 수 있기만을.

 

기욤 로랑의 소설 <행복한 손>이 원작. 세자르영화제 애니메이션 장편상,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상을 받았다.

 

원작자 기욤 로랑이 영화 <아멜리에> 각본도 썼는데, 이 대목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라는 게 슬프다. 첨부한 포스터 이미지랑 예고편 초반에 <아멜리에> 글자가 정말 크게 등장함.. 예고편 속 "삶을 낙관하는 한 편의 시"라는 한 줄 평이 마음에 든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제레미 클라팽 감독의 비메오 채널: vimeo.com/jeremyclapin

Jeremy Cla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