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 인(Les goûts et les couleurs, 2018)

1. 아,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차지하시겠다? 무난하게 잘 보고 있다가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엔딩에 실망.

 

2. 한글 제목 거지 같이 지었네 또. <인 앤 아웃>이라는 영화가 이미 있어서 검색하기가 어렵다. <아웃 & 인>을 본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원제는 주인공이 극중에서 구상하는 레스토랑 이름으로, 맛(취향)과 색깔이라는 뜻이다. 영제는 To Each, Her Own.

 

3. 주인공 시몬은 레즈비언으로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지만, 유대교 집안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은 꽁꽁 숨기고 산다. 오빠 중 하나는 유대교 집안의 여성과 결혼을 앞두고 있고, 다른 오빠 하나는 게이로 살고 있는데 부모에게 완전히 병자 취급받는다. 엄마는 언제 결혼할 거냐며 성화이고, 오빠는 약혼녀의 사촌을 소개시켜주려고 한다. 결혼식에 파트너 없이 혼자 올 생각 말라며. 여자친구는 시몬을 이해하면서도 미래 계획이랑 결혼을 바라는 눈치. 그러다 시몬이 단골 레스토랑 셰프에게 매력을 느끼며 흔들린다. 그런데 그 상대가 남자에다가 세네갈 혈통의 무슬림이다.

 

4. 처음엔 그래 살다 보면 저럴 때도 있겠지, 싶었다. 양성애자도 아닌 동성애자로 굳게 믿으며 살아왔는데 막상 부모님 앞에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게이인 오빠만 안다). 그러다 갑자기 분 바람은 반유대교주의자일 확률이 매우 높은 인물이다(왜 유대교인 걸 말 안 했냐며 따지고 싸움;;). 어느쪽을 택해도 시몬에게는 힘든 여정이 될 텐데, 두 사람을 다 놓치지 못해 이랬다 저랬다. 결국 둘 다에게 상처를 준다.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싶다면 추천.

 

5=1. 다시 1번으로 돌아와 엔딩이 더 가관이다. 이건 프랑스가 원래 좀 그렇지, 라며 어떻게 이해해볼 수준이 아닌데.. 감독님 각본 쓰다가 머리에 쥐가 꽤나 나셨나 봄. 매우 무책임하다.

 

6. 동성애자가 어느날 갑자기 이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많은 동성애자들을 화나게 할 것 같기도. 비슷한 맥락의 프랑스 영화로 <난 그녀와 키스했다>가 있다. 동성애를 무언가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고, 고쳐서 이성애로 바꿀 수 있다는 시선이 담긴 것 같은데.. 이 점은 <난 그녀와 키스했다>가 더하다. 그래도 차라리 난 <난 그녀와 키스했다>가 더 좋아.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이거든.

 

7. 시몬이 맛있게 먹던 세네갈풍 음식이 궁금하다.

 

8. 이슬람교도 유대교도 돼지고기 섭취는 금지하고 있다. 시몬은 혈통만 유대인이고 가족들만 유대교지, 본인은 종교가 없다. 그래서 돼지고기도 평생 거리낌없이 먹어왔다. 그리고 중간에 바람 난 남자에게 돼지고기로 만든 햄을 먹인다. 이 부분은 솔직히 조금 통쾌하다. 돼지고기 찬양파는 아니지만, 특정 종교가 특정 음식을 금지하는 것에 대하여 반감이 있어서 그런지(인류 역사상 식재료가 가장 풍부한 시절에 왜 먹질 못하니)..

 

8-1.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 <마스터 오브 제로> 주인공도 엄격한 무슬림 집안에서 자라는데도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는다. 이모인지 숙모 앞에서 안 먹는 척을 해야 하는데 솔직하게 고백해 버려서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장면도 시원했다. <마스터 오브 제로>도 명작이지.

 

8-2. 이슬람교에서 돼지고기를 금지한 이유는 이슬람교가 탄생한 지역 특성상 물이 귀한데, 돼지를 키우는 데는 물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돼지고기는 맛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먹으려는 욕망이 사회에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그런 것이라 들은 적 있다. 물론 경전 어디에도 그렇게 적혀 있진 않고, 문화인류학자가 추측한 가설로 알고 있다. 20년 전쯤 어디선가 봤다.

 

9.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쾌하고 재밌다. 결말만 어째 좀 납득이 가게 잘 만들었다면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 텐데.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