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ct Strangers, 2016) / 위험한 만찬(Le Jeu, 2018) / 완벽한 타인(2018)

1. 이탈리아 원작 <퍼펙트 스테레인저>가 먼저 나왔고, 프랑스와 한국에서 각각 리메이크했다.

 

2. 나의 시청 순서는 프랑스->한국->이탈리아 순. 이탈리아 원작을 가장 마지막에 봤다.

 

3. 선호도는 프랑스>이탈리아>한국 순.

 

4. 이탈리아 원작은 친근하고 다정한 분위기가 흐르고, 프랑스 버전은 매우 냉소적이고 날이 서 있는 만큼 인물 간 긴장이 매우 팽팽하고(그래서 배우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짐), 한국 버전은 매우 시끄럽고 시끄러운 한국 술자리에 오글거림을 듬뿍 넣어 버무린 느낌이다. 각국의 분위기를 너무 잘 담아냄. 스토리 전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거의 99% 똑같고, 한국판은 각색이 좀 더 들어감(그런데 너무 똑같아서 되려 한국판에 실망했다는 평이 많다;;).

 

5. 이서진이 영악한 바람둥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지금까지 본 그의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 황보 종사관.. 악역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어. 그런데 중년 남녀 구성에서 갑자기 젊은 배우 송하윤이 끼니까, 굳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커플 구도를 심어서 다시 한번 이런 판타지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나, 의문이 들었다. 송하윤은 좋아하지만. 이 부분이 매우 튀게 아쉬웠다.

 

6. 한국판에서 유독 헬조선의 가부장적인 특징이 업그레이드됨. 이게 우리나라 문화 실태니까 당연한 리메이크라 생각하지만.. 프랑스 버전 먼저 보고 나서 보니까 그 차이가 너무 절절히 느껴져서, 현실적인 괴리감과 좌절감에 미치겠는 거지. 염정아의 어쩔 줄 몰라 하고 눈치보며 고분고분한 태도라니.. 프랑스 캐릭터가 좀 더 당당하고 이탈리아 캐릭터는 그것보다 약간 비굴하고 한국 캐릭터는 지고지순하게 굴다가(존댓말 아오ㅜㅜ) 한이 폭발한다. (엄마가 장난감 치우라고 할 땐 더 하겠다고 땡깡 피우다가 아빠 온다고 하니까 갑자기 열심히 치우는 얼라들 보소.) (파티 호스트 집의 딸의 나이는 스무살로 올림. 유교걸.)

 

7. 끝없이 생각나는 한국판 특징. 대사의 결도 다름. 대화 수준 자체가 좀 낮아졌다 해야 하나.. 어쨌든 3국 모두 중산층인데.. 한국에서 유독 말하는 투가 상스러워짐.

 

8. 또 있다. 학연-지연-혈연 중 '지연'적 특징 매우 강조됨.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그냥 어린 시절 함께한, 오래된 끈끈한 사이 같은데. 한국에서는 몬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남자아이들이 주축이 되고(심지어 영화 오프닝이 이들의 어린 시절이다), 각자의 배우자가 끼어드는 형태로 결합해서, 명절인양 어쩔 수 없이 모이지만 유독 남자들만 신나는 머 그런 모임이 됨.

 

9. 요리에 취미가 있는 호스트가 나름 자연식이니 뭐니 코스 요리를 내면서 뭔가 까탈스러운 성격과 아티스트병에 걸린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한국판에서는 그냥 다정해서 앞치마 두르길 자처한 호스트가 그리운 향토 음식 총망라하는 잔치상이 됨. 만석닭강정과 대게 등장에 무척 당황.. 그리고 평범한 모임이 아니고, 집들이가 됨. 우리나라에선 집들이가 아니면 남자가 기꺼이 나서서 요리하는 설정을 끼워맞출 수가 없어서 리메이크하기가 힘들었나 봐;; 

 

 

10. 어떤 남자들은.. 주변의 남자가 게이인 걸 알게 되면 '아니 그럼 저 놈이 나를 좋아했거나 탐하고 노렸으면 어떡하지?'하는 공포에 휩싸이는 듯하다. 군대 가서 함부로 떨어진 비누를 줍지 말라는 농담처럼. 이탈리아나 프랑스나 한국이나 똑같음. 보통이라면 '나를 좋아했을까 봐' 걱정하거나 '나를 범하려 들까 봐' 걱정하진 않을 것 같은데.. 저런 표현을 드러내는 남자가 평소에 여자를 사냥감이나 소유 아이템으로만 바라보고 있으니 가능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제 허물만 비추어 보는 거지..

 

10-1. 한국에서는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로 '호모'라는 표현을 쓰는데, 너무 근본적이고 학문적인 어휘잖아. 분명 이탈리아 원작에서는 완전히 다른 단어가 사용됐는데, 이걸 '호모'로 번역하는 게 조금 웃겼다. (한국판에선 비슷한 장면에서 '변태'라는 단어 씀;;) 우리나라에선 고대어, 수입어 포함 모든 존칭이 결국엔 하대하는 단어로 변질되고야 마니까. 이 문화가 생각나서 웃겼어.. 얼마나 서로를 깔보고 까내려야 속이 시원해질까.

 

11. 18개국 리메이크라니. 감독님 작가님 증맬루 부럽다!

 

 

이탈리아 원작과 한국판은 왓챠에서, 위험한 만찬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아 지금 보니, 중국판도 왓챠에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