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해 요리첩 SP(みをつくし料理帖 特別巻, 2019)

쿠로키 하루 너무 좋아.. 2017년에 방영된 10부작 드라마는 보다가 지루해서 말아 놓고 스페셜을 먼저 봐버렸다. 드라마보다 뭔가 더 섬세하고 재밌는 느낌. 그냥 가볍게 틀어본 건데 몰입해서 단숨에 봤다.

 

일본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자 요리사 이야기. 오사카에 살던 미오는 대홍수로 부모님을 잃는다. 길에서 방황하는 어린 미오를 거둔 것은 오사카 최고의 식당 주인 부부다. 이곳에서 타고난 미각을 인정받고 요리사로 양성된다. 그러다 불이 나서 식당을 잃자, 미오는 마님을 모시고 에도(도쿄)로 건너간다. 여차저차하여 미오는 어느 국수집에 요리사로 취직한다. 그곳을 오래 이끌던 주인 아저씨가 더 이상 예전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요리사를 구한 것이다. 미오는 오사카와는 전혀 다른 에도의 식문화에 조금씩 적응해 가며 자신의 요리 실력을 발휘한다. 는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리 일드가 늘 그렇듯 매회 다른 메뉴를 소개하면서..

 

특별판은 전편과 후편으로 나뉜다. 전편에선.. 미오를 괴롭히는 듯 아끼는 듯 늘 뼈 있는 충고를 하던 남자 코마츠바라가 알고 보니 좋은 집안 사람이었고, 미오의 요리 실력과 섬세한 마음씨에 반한 누이와 엄마가 시집을 오라고 제안한다. 미오는 처음엔 갑작스런 제안에 겁을 내고는 일단 도망치고 본다. 코마츠바라 님이 대관절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이상하다며 울적해 한다. 그 남자가 '처진 눈썹'이라고 부르며 결국 자기에게 시집을 오라고 말을 하자 그제서야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신분 차이 때문에 입양을 가서 귀족 교육 같은 걸 받아야 하긴 하지만.. 여하튼 혼담이 널리 알려지고, 그 시절에 명망 높은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 여자가 요리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다들 축하해주면서도 섭섭해 한다. 그리고 미오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던 노에이자, 유곽의 유녀가 미오의 혼담에 잘못된 소문이라도 날까 싶어 미오의 도시락을 더 이상 먹지 않기로 한다..

 

NHK 로고 짱귀엽당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더 이상 못해준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는지 미오는 결국 혼담을 거절하기로 한다.. 진지하게 요리사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코마츠바라는 미오의 마음을 다 이해해준다. 천한 신분이 감히 결혼 이야기를 깬다는 건 있을 수 없고, 그게 알려지면 미오가 곤란해할 게 뻔하니까 남자 쪽에서 갑자기 변심하여 혼사를 깨는 것으로 진행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오의 주변인들은 분해 하고.. 아 이때의 연출이 너무 아득하고 서늘하고 서글퍼서.. 진짜 최고다ㅜㅜ 비록 남자가 촌마게, 대머리에 얼굴도 늙어서 감정 이입은 안 됐지만.. 둘은 서로 좋아하는데 이제 요리사와 손님으로서도 못 만나는 거잖아..

 

후편. 미오도 속상하니까.. 한동안 끙끙 앓지만.. 다시 요리를 하면서 기력을 되찾는다. 그리고 노에가 있는 유곽의 주인은 요릿집을 내기로 하는데, 갑자기 방해꾼이 찾아와 그곳은 자기가 차지해야겠으니 자리를 내놓으라 한다. 주인은 그럴 수 없다고 하고, 결국 요리로 겨루기로 한다. 주인은 미오의 실력을 믿어, 그에게 요리 대결이 될 벚꽃 연회의 주방을 맡긴다. 다 뻔한 내용이라 스포랄 것도 없지만 이하 생략..

 

시리즈 소설이 원작이다. 이 이야기를 꾹꾹 눌러 써서 매년 책을 발표하는 작가님 진짜 대단하다고 느낀다. 무려 12권..

 

그리고 2012년, 2014년에 이미 키타가와 케이코 주연으로 단편 드라마가 방영됐는데, 그땐 아사히였고, 쿠로키 하루 주연작은 NHK다. 며칠 뒤인 10월 16일에는 마츠모토 호노카 주연의 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세 명의 배우가 연기를 번갈아 가면서 할 정도로 인기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