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Stranger, 2020)

 

 

두어달 쯤 비밀의 숲 시즌1을 다시 봤다, 벌써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시즌2는 확실히 시즌1보다 덜 치밀하고 덜 미스터리했다. 어젯밤에 끝났으니,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겠지.

 

15화에선 참 처절했다. 유일하게 따르고 존경하던 선배는 또 그렇게 후배를 실망시킨다. 시즌1에서는 이창준 선배가 검사 후배들을 좌절시킨다, 그리고 너무 쉽게 도피했다. 이창준은 온갖 멋진 말을 늘어놓곤 비리의 증거를 잔뜩 넘긴 채 공사판에서 몸을 던진다. (그의 자살을 낭만적으로 포장한 건 사회적 반향을 생각했을 때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즌2에서는 우태하가 아닌 최빛이다. 우태하야 워낙 욕심 많고 보수적인 캐릭터라 기대도 안 했지, 죄와 욕망을 들킨 돼지가 더 추악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실 이미 너무 대놓고 내가 범인이오, 하는 것을 표정 연기로 많이 흘리셔서.. 박진감이 떨어졌다.

 

최빛은 한여진의 원망하는 술주정과 황시목의 설득을 듣는다. 결국 스스로의 과오를 직접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창준처럼 시 같은 건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시즌2의 처음과 마지막을 모두 이창준의 유언으로 장식한 건 구질구질..) 다음 국장에게 한여진 칭찬을 해두어서 한여진의 조직 생활이 조금 덜 불편하도록 배려를 했을 뿐.. 한여진이 마시다 버리고 간 맥주캔 쓰레기. 저건 당연히 최빛이 치우겠지, 싶었는데. 정말 최빛이 그걸 하나씩 챙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고도 인상적이었다. 여자와 여자 사이의 연대에서 가능한 일상적 설정. 그런데 최빛은 왜 한여진을 선택했을까? 궁그매..

 

한여진도 울고, 최빛도 눈물을 글썽이고, 이연재도 울었다. 주요 여성 캐릭터가 모두 울었다. 남성 캐릭터 중에는 우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남자도 자기 커리어가 끝나거나 선배한테 실망하고 세상에 분하면 울지 않을까?

 

황시목이 평소와 다른 감정 표현을 보여주긴 했다, 무감정을 이기고 샤방샤방하게 웃으며 엔딩. 황시목이 갑자기 막 화를 내고 용의자를 몰아쳤던 13화인가 14화에서의 모습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갑자기 왜 그랬던 거지? 시즌 1에선 이따끔 화를 내기도 했는데, 시즌 2에서는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지라 상대적으로 튀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시즌3는 시간 문제일 듯하다. 엔딩 속 모든 장면이 시즌3로의 지향성을 보여줬으니. 이수연 작가가 시나리오를 다 쓰고, 다시 연출가를 구하고(모두가 시즌2의 감독을 원하지 않는다.. 시즌1의 감독은 지금 <청춘기록>을 방영하고 있다.. 제작진은 여전히 같은 것 같은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배우들 스케줄 조정하면 제작되고 또 방영되겠지. 시즌1과 시즌2를 비교하고 어쩌고 이런 건 신경쓰지 말고 시즌5까지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사람이 조직이고, 조직이 사람이니 결과물은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추가/ 시즌3 반대 의견이 진짜 많은 것 같다.. 시즌1이 성공한 게 작가의 필력 덕분이 아니라 사실은 배우들의 대본을 뛰어넘는 매력과 노력 때문이라는 평가절하도 있는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를 누가 짰는데요. 시즌3 제작을 반대한다는 건 좀 지나친 의견인 듯. 혼자 힘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이렇게 다작하고 있는 걸 칭찬해드려야 함. 이미 소재가 많이 고갈나셨을 것 같지만, 굴하지 않고 시즌1을 뛰어넘는 시즌3를 만들 수 있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