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The School Nurse Files, 2020) #넷플릭스

1. 너무 재밌다. 통쾌하다. 얼른 속편 나왔으면 좋겠다. 정세랑 작가님 화이팅!!

 

2. 정유미 배우의 발성과 연기 스타일은 그 맑은 눈망울만큼이나 또랑또랑하다. 기성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과는 조금 달라서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듯하지만, 나는 너무 좋아한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살고 다른 세상을 보는 보건교사 안은영과는 아주 찰떡인 배우다. 초반에 특히 많이 나오는 무척 또라이 같고 변태 같은 당찬 웃음. 정유미 배우의 새로운 모습이다.

 

3. 문소리 배우는 안은영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 같은 아는 언니로 나온다. 침술사인데 침술원에는 늘 할머니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특별출연이라니. <아가씨> <1987>에서도 특별출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리 언니 출연료 좀 주고 연기 시켜라, 사람들아. 아무튼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아직 보기 전이라면 그가 맡은 캐릭터 이름 '화수'를 잘 기억해두자. (자막까지 켜고 보는데 '화수'가 누구였지 끝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한국 영화계는 문소리 없었음 어쨌을까. 이번에는 독특한 모양으로 눈썹을 그리고 나온다. 아무튼 다들 문소리 배우가 출연한 <사과> 봤으면 좋겠다.

 

4. 이건 헛소리. 어제 이걸 보다가 도중에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 거의 실신하듯 12시간을 넘게 잤는데, TV도 전등도 켜놓고 자서 꿈자리가 영 뒤숭숭했다. 마음이 뻥 뚫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느낌. 원래도 특이하고 복잡한 꿈은 잘 꾸지만, 이번에 꾼 꿈들은 이 드라마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것 같아. 차라리 시나리오 작가거나 영화감독이었다면 꿈이 참 많은 도움이 됐을 텐데.

 

5. 한문교사이자 학교 재단 이사장의 손자인 홍인표 역할에는 남주혁 배우. 청춘 스타 느낌의 배우이고, 청춘물 아닌 작품은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소설 원작을 안 읽어서 그 캐스팅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상상조차 못 했지만, 보면 볼수록 정말 찰떡이다. 순수하고 외로운 청년이다. 안은영이 충전한답시고 제 손을 잡는 걸 은근히 즐긴다. 철벽만 가득 치게 굴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동창이라며 자기 방을 찾아온 홍가영에게도 아무 경계 없이 친근하게 대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다리를 전다. 뛰지를 못하는데 안은영은 앞서 가버리고 영어교사 매켄지는 축구를 제안한다. 장애인 혐오가 투영되는 캐릭터. 아, 그리고 어떤 젤리를 없애기 위해 전통 매듭 연구를 하는데 왜이렇게 진심이야 ㅋㅋㅋㅋㅋㅋ 홍인표 처음으로 진지하게 온갖 매듭 시연하고 안은영 질려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최애 장면이다

 

6. 정말 뜬금없이 홍인표의 방문을 두들겨, 허리가 아프니 이해해달라고 하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는 홍가영. 동글뱅이 안경에 치아 교정기까지, 전형적인 찐따의 모습이다. 그런데 몸매가 매우 좋다. 안경과 교정기는 연막임에 분명하다. 이 설정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김미수 배우는 연극 위주로 활동하다 TV, 영화 쪽으로 넘어온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엄청난 포스가 느껴진다.

 

7. 영어교사 매켄지. 한국어가 어설프다. <머니게임>으로 얼굴을 알린(아직도 못 봤지만) 유태오 배우가 맡았다. 악성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장착하고. 곱슬머리의 소유자로서 곱슬머리를 혐오하는데, 그 곱슬머리가 매켄지의 수상한 면모를 더 강조시켜서 정말 싫어 죽는 줄 았았다. 다 보고 나서 매켄지 역할을 맡은 게 유태오 배우라는 걸 알고선 깜짝 놀랬다. 수상하고 어딘가 기분 나쁜 연기를 너무 잘했다. 그래서 아직도 매켄지를 떠올리면 기분이 나쁘다.

 

8. 학생들도 다 엄청 매력적이다. 우선 안은영 교사의 조수처럼 그를 잘 따르는 성아라 역할을 맡은 건 박혜은 배우. 얼굴이 예쁘기도 하지만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도 흐른다. 아오이 유우 같은, 기성의 미의 기준과는 색다른 느낌이 있다. 눈밑의 점 빼고는 닮지 않았지만. 너무 신인이라 아무 정보가 없다. 앞으로 좋은 작품의 좋은 역할 꾸준히 맡는다면 대성할 상이다..

 

9. 래디컬 원의 '래디' 역할을 맡은 배우는 박세진. <미성년>이랑 <하이에나>에 출연한 박세진 배우와는 동명이인이다. 매력 너무 특별해서 화면 뚫고 나온다..

 

10. '래디'가 끔찍하게 챙기는 옴잡이 '백혜민'을 연기한 배우 송희준은 홍대 미대 출신의 모델이자 배우라고 한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조금 촌스럽게 나오는데, 화보같은 사진을 보니 아름답고 독특한 개성이 있다. 이목구비에 비해 얼굴 면적이 정면에서 봤을 때 넓은 편이라 그런지 데본 아오키가 생각난다.

 

11. 다른 학생들도 다 개성 있고 멋있었다. 힘들어서 배우들 소감은 여기까지..

 

12. 원작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권력구조가 정확히 어떻다는 건지는 아직 덜 이해한 상태지만. 다만 음악 스타일이나 CG 같은 게 기존의 다른 드라마와는 꽤 많이 달라서 익숙하지 않다면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사나 상황 묘사보다는 시각적 청각적 요소에 더 무게가 실린 작품이다. 그래서 대사들이 꽤 단순한 편인데 보고 듣는 즐거움이 있어서 모자라다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다른 작품에서 '씨발' '씨발' 거리면, 얼마나 대사 쓸 의지가 없었으면 쌍욕으로 가득 채우나, 하고 생각하는 편인데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씨발'이 정말 많이 등장함에도 듣기 싫지 않고 오히려 청량하고 개운하다. 작품 속 세계관 자체가 워낙 독창적이어서 다른 요소가 무거워지거나 튀어버리면 이상할 것 같다.

 

13. 용산구 보광동에 있는 저 학교 풍경 너무 좋은 것 아닌가.. 저곳에서 학창 시절 보내면 기분 좋을 것 같아.

 

14. 오컬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더 맘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15. 아, 음악! 작곡에 '어어브 프로젝트'의 장영규, 이병훈, 김선, 정중엽, 작사에 이경미(감독), 이병훈. 중간에 이날치 노래도 나온다. 이날치 보컬 멤버 전원이 노래에 참여. 다들 OST 발매 바라고 있던데, 언제 출시될까?

 

16. 이경미 감독이랑 정세랑 작가가 더 더 더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