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Itaewon Class, 2020)

뻔하고 자극적인 막장 스토리를 답습하면서 웹툰의 평면적인 이야기에서 3D로 발전하지 못한 실패작. 작가가 웹툰을 각색할 때 만화 특유의 유치한 톤을 고쳐 쓸 시간이 없었나 그냥 고민이 귀찮았나 싶을 정도로 대사들이 형편없었다. 그런데 웹툰 원작가가 드라마 각색까지 했다고. 하느님 맙소사.

 

평일 연속극에서 익히 봐왔던 스토리에, 요즘 핫하고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등장인물의 연령대를 낮췄다. 박서준이 연기한 박새로이는 전과자, 김다미가 연기한 조이서는 소시오패스, 요리사 마현이는 트랜스젠더, 토니는 흑인-한국인 혼혈, 최승권은 조폭. 사회에서 외면받는 계층이라는 점에서 주요 인물의 설정이 조금 남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각 캐릭터를 잘 구축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들의 표면적인 모습을 가져다가 그중에서도 자극적인 요소만 강조해, 기존 드라마와는 색다른 양념을 쳤을 뿐, 서사는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다. 한때 유행했던 인소 느낌 그대로. 각 캐릭터의 인간상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나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이서의 어떤 면모가 소시오패스라는 건지..?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것에 장애가 있는 <비밀의 숲> 황시목의 캐릭터 설정 수준에 비하면 정말.. 조악하기 짝이 없다.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배우들이 갑자기 <이태원 클라쓰>에서 연기력 논란을 일으킨 건.. 훨씬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악역, 장가 그룹의 회장은 손발을 가장 오글거리게 한 캐릭터다. 믿도 끝도 없이 분노하고 사람 해치고 졸렬하게 구는데.. 저기요 지금 21세기거든요? 고대 신화에 나오는 나쁜 캐릭터도 그렇게까진 단순 무식하지 않다고요. 그리고 조이서의 연적인 오수아도 반쯤은 악역인데 중요한 선택(주로 배신)을 할 때마다 설득력이 없고 지켜보기 무척 답답한 캐릭터.

 

스토리 전개에 개연성 부족한 거야 뭐.. 까도 까도 끝이 없을 테고. <제빵왕 김탁구> 때만 해도 이런 서사를 무척 흥미롭게 봤던 것 같은데.. 분명 유치하고 뻔해도 재밌을 수가 있단 말이야! 앞뒤 이가 잘 안 맞고 뜬금없는 전개 덕분인지 <이태원 클라쓰>는 모든 것이 오글거렸다.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안 예뻐보이게 촬영한 듯.. 조명이 문제인지 후작업이 문제인지 메이크업이 문제인지 나는 모르겠더라..

 

어쨌거나 <이태원 클라쓰>는 내 주변은 물론, 한반도 전역과 아시아 전역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주연급 배우들이 순회 공연을 벌이고 있었을지도.. 아니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지도.. we never know..

 

이 드라마의 매력을 나 혼자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넘나 외로운 기분이다.. (아 왓챠 리뷰 읽고 왔더니 덜 외로워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