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시즌1(半沢直樹, 2013) #일드

은행 내 파벌 싸움과 금융계 비리, 그리고 연관된 사회적 부조리를 파헤치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가 아시아에선 거의 최초로 만들어지고 또 의례적으로 히트친 금융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인가 우리나라에서 <머니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나왔을 때도 제일 먼저 떠오른 게 <한자와 나오키>다. 분명 벤치마킹했겠지, 하고.. 그런데 넷플릭스에 없어서 <머니게임>을 못 보고 있다. 닮은 구석이 있는지 없는지 비교 불가.

 

2013년 말~2014년 초쯤 봤다. 아니, 이런 통렬한 드라마가 있다니! 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추억의 드라마. 벌써 6년 전이다. 지금 일본에서 시즌 2를 하고 있다. 왓챠에선 매주 수요일 새 에피소드를 업데이트 중. 1회만 올라와 있는 상태인데.. 간간이 시즌 1을 다시 보려고 한다. 안 본 사람 있으면 꼭 보세요.

 

<빅 쇼트>라는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 이동진 평론가가 그랬지. 미국에선 리먼 브라더스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얼마 후에 이렇게 사건의 원인과 현상을 분석하고 잘 담은 영화가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선 IMF 사태가 벌어진 지 20년이 지나고도 그 같은 영화는커녕 제대로 된 분석조차 없다고. 그게 다 우리 국민들이 신용카드 사용 남발해서 그랬던 거라고 세뇌한 정부/언론.. 사스를 이겨낸 것도 김치 덕분이라 했던 기적의 나라.. 무슨 일이 터져도 덮기에만 급급한 나라.. 그래도 기대해 보고 싶은데ㅜ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흉내내려다 가랑이만 찢어진 졸작들만 있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라는 영화에서 사카이 마사토라는 배우를 처음 인지했다(다른 영화도 본 게 있는데, 인상이 전혀 기억나질 않음.). 그 뒤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서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분명 싱글벙글 웃상인데.. 늘 얇디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그 얼굴로 슬픈 듯 화난 듯 여러 감정을 쏟아내는 게 이 배우만의 독특한 매력점.

 

우에토 아야가 한자와 나오키의 아내 역할로 출연. 엘리트 남편을 내조하는 평범한 가정 주부로, 남편의 (승진이나 평탄한 직장 생활에는 도움 안 될) 방향을 존중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조력자 역할도 하는.. 남자들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묵묵히 순종하며 병풍처럼 있지도 않고, 적당히 매력을 뽐내며 밀당을 하고, 남편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짠 하고 나서서 결정적인 도움도 주니까.. 나도 이런 와이프 갖고 싶은데.. 저렇게 똑똑한 여자가 꽃꽂이 클래스 정도의 사회 활동에 만족하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