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 1997)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의 실화이자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 제목은 <티벳에서의 7년>, 1939년부터 1951년까지의 7년이다. 하인리히는 히말라야 등정을 위해 사이가 좋지 않은, 임신한 아내를 두고 산행을 떠난다. 그 와중에 2차 세계 대전이 터지고 하인리히는 포로로 잡혀간다. 수용소에 머무는 동안 아내에게 편지 한통을 받는다. 하인리히가 아내를 잘 돌봐달라 부탁한 친구와 결혼하기로 했으니 이혼하자며, 태어난 아기에게는 친부가 히말라야에서 죽은 걸로 입을 맞추자는 통보. 하인리히는 원정 대장인 페터와 함께 포로 수용소를 탈출해 티벳으로 건너간다. 수도 라싸에 이르러서야 조력자를 만나고,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옷도 지어 입게 된 둘. 페터는 티벳 여인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하인리히는 쓸쓸하고 외로워 한다. 그러다 이방인을 신기하게 여기는 달라이 라마의 부름을 받고, 둘은 우정을 쌓는다. 이윽고 마우쩌둥이 집권하면서 평화롭던 티벳은 파국에 직면한다. 이후의 이야기가 영화 후반부를 메운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티벳 문화와 사람들. 현대의 미국인 일부가 티벳 불교에 심취하는 이유도 조금은 가늠할 수 있다. 우리에게 (종파가 뭐든)불교란 매우 구시대적인 역사 속 이야기다. '그래, 선인들 말씀도 중요하지만 이제 우리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아야지' 우리는 서양 열강 세력에 열등감을 겪다, 뒤늦게 자연에 반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역으로 백인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타국을 침략하는 주체로 나대다가 현대에 와서 갑자기 불교의 자연 친화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지금 내추럴 와인이 갑자기 힙한 장르로 유행하는 것처럼, 진정성보다는 허세가 깃든 유행에 불과해 보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물과 기름이 섞인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물이 먼저인지 기름이 먼저인지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지금은 기후 변화라는 난제 앞에 모두가 마음을 합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딴 소리 와장창..

 

아무튼 티벳에 가고 싶다. 너무너무..

 

하인리히 역할을 맡은 브래드 피트가 너무 잘생겨서 겁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브래드 피트의 눈부신 아름다운과 중국 공산당의 영향이 미치기 전 티벳의 풍요롭고 고요한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연출은 장 자크 아노. <연인>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만든 감독이다.

 

하인리히 하러는 오스트리아에서 나치 당원이었다(훗날 이것을 어린 시절 실수라 언급했다). 그리고 1938년 아이거 노스 페이스를 최초로 등반한 4명 중 하나였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산이라 다행이었지만, 정복욕에 휩싸이던 그가 여러 고비를 맞고 달라이 라마와 우정을 쌓으면서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영화는 백인의 시선에서, 백인의 우월감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 백인의 자본으로 백인 감독이 만들고 백인 배우가 주연한 영화니까 이상할 것도 없다. 영화 후반부에서 하인리히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피지배를 선택한 정치인더러 자기 나라를 팔아 먹은 놈이라며 모욕한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에게는 위험하니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라는 조언까지 건넨다. 지도 나치당에 가입한 전적이 있는 데다.. 티벳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훈수만 두네..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며, 당신을 아빠로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아빠로 생각하기엔 너무 격없이 지냈지요." 

 

영화 속에서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던 14대 달라이 라마는 여전히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다. 1989년에는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 둘은 하인리히가 2006년에 사망할 때까지도 좋은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티벳을 옹호하는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된 <뮬란> 실사 영화의 경우를 보면.. 참.. 이제는 중국의 국력이 너무 커져서 중국 정부에 반하는 대규모 자본의 작품은 글렀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달라이 라마 말 잘 듣자.. 그가 남긴 모든 말이 명문이다.

 

 

넷플릭스, 왓챠에서만 감상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