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걸(Une fille facile, 2019) #넷플릭스

Pros: 멋진 휴양지에서 펼쳐지는 여유로운 휴가이자 나이마의 유난히 별난 여름 방학. 영화제로 유명한 도시 깐느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무리가 영화 후반부에 요트를 타고 바다 건너 이탈리아에 닿는데(위 사진의 배경이 그곳) 아름다운 수풀 속 계단을 오르락내리고 테라스에서 식사를 즐기는 모습은.. 휴양에 목마른 감상자가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한다.

Cons: 나이마의 사촌 언니 소피아가 벌이는 성적인 모든 행동이 관능적이긴 하지만, 참 과하고 부담스럽다. 

 

초반부 줄거리: 나이마는 깐느에 사는 평범한 주민이다(부유한 휴양객들과는 다른 계급). 파리에 살더니 뭔가 많이 변한 사촌 언니 소피아가 깐느를 찾았다. 둘은 반가운 재회를 하고 자매 놀이를 즐긴다. 소피아가 나이마의 생일 선물로 샤넬 백을 덥석 안기고(무슨 돈이 나서?) 커플 백이라 한다. 16세인 나이마는 아직 순진하다. 해변에서 만난 남자에게 성적인 농담을 노골적이면서도 우아하게 건네는 소피아를 보고, 자기 사촌 언니가 미쳤나 보다고 무시하라며 웃는다. 이후 나이마는 소피아와 중년 남성들을 만나고, 그들의 요트에서 함께 어울린다. 어느 날 밤, 요트에서 자다가 깬 나이마는 소피아가 벌이는 중년 남성(요트 주인)과의 성교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이후 나이마는 입을 굳게 다물고 우울해 한다. 관객으로서 보기엔 정말 역겨웠다. 나이마는 이제 언니가 준 값비싼 선물이 어떻게 생긴 건지 알게 됐고, 나이 많은 남자와 만나며 원하는 것을 얻는 언니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머지 않아 그런 언니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언니를 따라 똑같은 문신까지 한다.

 

영화는 나이마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나이마의 내적인 갈등과 변화, 그리고 휴양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계급 차이가 주제다. 그럼에도 소피아가 성적인 면모를 과시하는 장면이 장식적인 도구로써(그렇다고 천박하진 않지만) 너무 많이 등장해, 성장담을 가장한 은근한 포르노 같다(내가 졸라 보수적인 인간이라는 것만 드러내는 감상;;).

(몇몇 등장인물은 소피아를 대상화(그리고 모함)하는데, 소피아는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간다. 이 점은 진심으로 리스펙트할 만하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소피아 역할을 맡은 자이아 드아르가 미성년자 시절인 만 16세 때 고급 매춘부로 활동했고, 스타 축구선수와 매춘을 하다 적발돼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있다는 것이다. 자이아 드아르는 유명세를 타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잡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고, 란제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야 어쨌든, 자이아 드아르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해 보면 노출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인상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도대체 저렇게까지 노출을 하는 배우를 어떻게 구하고 설득했을까 싶었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는 기술밖에 배우지 못한 자이르의 삶은 그 자체로 슬프다..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감독(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나)이 이 지점을 영악하게 활용한 것 같아 더 씁쓸하다. 

 

어쨌든 내가 주목한 것은 자이라 드아르보다 나이마 역을 맡은 미나 파리드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는데, 흔한 이야기인데도 놀랍다(아직 다니던 학교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한다). 물론 이 영화가 데뷔작이고, 차기작으로 TV 드라마 <L'invite>에 출연한 듯하다. 순진무구한 열여섯 소녀에서 성과 계급 차이에 눈을 뜨고 혼란해 하는 모습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미나 파리드의 진실되게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 앞으로 크게 될 배우라는 직감이 절로 든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델도 조금 떠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