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El Camino: A Breaking Bad Movie, 2019)

<브레이킹 배드>가 종영된 지 6년이 지나서야 나온 후속 영화다. 시즌 5의 마지막 장면 직후, 제시 핑크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연히 <브레이킹 배드> 스포일러 포함. 월터는 영예롭게 자신의 전 재산을 빼앗은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온갖 멋진 척하며 자살을 했지만. 도망간 제시는 어떻게 됐는가? 무책임한 엔딩을 6년이 지나고서야 책임 지다니..

 

제시가 마약단속국의 수사를 피해 살아남기 위하여 숨고 도망다니는 잠깐 동안의 이야기, 일종의 로드 무비다. '엘 카미노'도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 제시는 토드가 숨겨 놓은 돈을 찾아 신분 세탁을 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살인도 저지르고 그런다. 드라마에선 살인 사건에 얽히기만 해도 멘탈 붕괴돼서 정신 나간 놈처럼 지냈는데, 영화에선 태연하고 비장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저런 행방 끝에 원래 전 여친 제인과 함께 떠나려고 했던 알래스카에 도착해서는 영화가 마무리된다.

 

옛 회상 장면이 많이 포함되어 드라마에선 이미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팬들에겐 반가울 듯.

 

훨씬 독기를 품은 제시. 시즌 5에서 고작 하루 정도 지났을 뿐이지만, 배우가 6살이나 나이를 먹어서인지 엄청나게 중후해졌다.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직후 앓을 법한 후유증이 거의 없음.. 살도 좀 찐 듯.. 그냥 살 아니고 나잇살.. (제시를 노예로 부리던 토드는 다른 영화와 촬영이 겹쳐서 훨~씬 살이 많이 쪄서 등장한다.)

 

드라마 정주행을 마치자마자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브배 팬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보진 않았다. 톤은 드라마와 똑같다. 잔잔하고 회고적이고 심오하다. 그런 느낌으로 비슷하게 즐길 수 있다. 격정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는 기대하지 말 것.

 

불쌍한 제시.. 정말 월터가 나쁘다ㅜㅜ 월터가 다 망쳤어! 그냥 제시 찌질해도 덜 위험하게 살게 냅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