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비서(七人の秘書, 2020)

<마더 게임 ~그녀들의 계급~>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 키무라 후미노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최근 드라마. '7인의 비서'라는 제목도 너무 흥미로웠는데, 심은경 배우도 출연했다고 하니 안 볼 수가 없었다. 8부작, 2020년 가을에 TV 아사히에서 방영되었다.

 

은행장, 도지사 등 각계 높은 분의 비서로 일하는 7인이 부조리한 사건을 파헤치고 사건 해결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7인의 모임 장소는 라멘 가게. 라멘 가게의 남주인 '반'이 주축이 되어 해결을 주도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을 돕기도 하고 라멘 가게에 온 손님을 돕기도 하는 식. 당연히 대부분 무보수 봉사다.

 

히로세 아리스가 7인 중 구멍 역할. 동생만큼이나 워낙 예쁜데, 이 드라마에서도 제일 예쁘다.. 우왕좌왕하고 정신 없지만 마음은 순수한 그런 캐릭터를 참 잘 소화하는 듯. 키무라 후미노는 <마더 게임>에서는 엄청 열정적인 악바리 같더니 이 드라마에선 딱히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함이 매력, 튀지 않는 그 평범함으로 7인의 중심을 딱 잡는다. 오오시마 유코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깊이가 있었음.. 이케와키 치즈루랑 조금 비슷한 느낌이 있다.

 

에피소드마다 누군가의 비리와 만행을 까발리는데, 대부분 주요 인물이 보좌하는 사람이나 과거사와 얽혀 있다. 주인공인 키무라 후미노와 그의 오빠이자 라멘 가게 전 주인, 반이 공통으로 원한을 품은 정치인을 무찌름으로써 마지막회가 끝남. 근데 엄청 통쾌하거나 통렬한 구석은 없었다.

 

그 중간 과정에, 심은경의 일본인 아버지(릴리 프랭키)가 실력 좋은 의사로 등장하는데.. 심은경이 어렸을 때 한국인 엄마와 딸을 한국에 버리고 일본으로 떠나선 영영 만나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아니 ㅋㅋㅋ 무슨 정치 스파이도 아니고 그냥 의사로 일하는데 대관절 무슨 사연이길래 가족을 왜 버려.. 차라리 한국에서 바람 펴서 낳은 자식이라는 설정이면 모르겠다만.. 완전 개연성 제로..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다..

 

심은경 배우의 연기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일본 배우들의 연기 톤과 너무 안 맞고.. '박사랑'이라는 캐릭터의 사연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주인공같은 장면이 아닌 곳에선 특히 더 안 어울린다.. 심은경 배우의 연기는 기본적으로 사차원적인 또라이에 최적화돼 있는 것 같아. 솔직히 이 드라마에선 감정 연기를 할 때 너무 튀고 과했다. 살인을 저질렀거나 앞으로 저지를 것도 아닌데 안면 근육 들썩들썩이며 마치 <올드보이>에 나올 것 같은 연기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음.. 15년 갖혀서 군만두만 먹다 나온 것 같은 극강의 비장함. 이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보조하는 비서라는 캐릭터와도 많이 안 어울린다. 그런데 초반에 본인 중심의 이야기가 아닐 때는 또 희한하게 그냥 별 의미 없는 로봇 같이 연기함.. 캐릭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앞으로 에피소드가 기대되지 않는 느낌.

 

하지만 일본 배우들에게선 좀처럼 찾기 힘든 내면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고. 중성적인 분위기가 또 일본에선 드무니까 일본 영화/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선 엄청 신선하다고 느껴질 듯. 아무튼 이 드라마에서 꽤나 비중있게 다뤄진다.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드문 일인데, 많은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격으로 다뤄진다. 제작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작가 분? 심은경의 더벅머리를 좀 어떻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참을 수 없었다. 일본의 헤어 스타일.. 참을 수 없어..

 

심은경 배우님 싫은 소리만 잔뜩해서 미안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