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Bridgerton, 2020) #불호리뷰

진짜.. 사람들은 이게 재밌는 건가?ㅜㅜ 공개된 지 일주일. 여전히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난 보다가 계속 현타가 와서 중도 하차함..

 

일단은 <가십걸>의 19세기 버전 같은 느낌. '가십걸'의 역할을 '레이디 휘슬다운'이라는 익명의 작가가 맡았다. 드라마를 이끄는 화자, 내레이터이자 모든 인물의 비밀이나 평판을 신문에 까발리면서 위기와 갈등에 기름칠을 하는 역할이다. 따지고 보면 <가십걸>의 원작 소설이 <브리저튼>보다 2년 뒤에 출간됐으니 이 작품이 <가십걸>의 설정을 베꼈을 리는 없다. 그러나 <가십걸>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그만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음. 차라리 대놓고 막장인 21세기가 낫지. 트리비아로 두 작품의 작가는 1970년생으로 동갑이다.

 

그리고, 내가 왜 19세기 귀족 사람들 결혼하려고 애쓰는 걸 봐야 하는 거지? 아무리 19세기여도 인생의 목표가 결혼, 하나뿐인 것처럼 부모도 형제자매도 모두 그것에만 목메는 것도 싫고. 주인공이 조금 콧대 높게 군다고 그를 찾는 구혼자가 없더니, 누군가 명망 있는 사람의 환심을 조금 사는 것 같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구혼자가 바글바글거리며 나타나는.. 거지 같은 설정도 싫었다. 이게 인간 이야기인지, 누가 어떤 상품을 잘 파나 대결하는 마케팅 이야기인지.

 

구혼은 늘 남자가 하고, 여자는 가만히 기다려야만 하는 설정도..ㅎ 어차피 픽션인데 그 구시대적인 설정을 고집했어야 하나? 지 여동생을 소유품 취급하듯, 이놈들은 다 안 된다 굴다가, 궁지에 몰리니까 어느 한심한 놈과 결혼하라고 밀어붙이는 주인공의 오빠 캐릭터도 역겹고.

 

영국 여왕 역할을 연기한 배우.. 너무 졸려 보이는 인상이어서 등장할 때마다 나도 같이 졸렸어..ㅠㅠ

원작 소설을 쓴 줄리아 퀸은.. 자신이 겪지 못한 거지같은 시대가 너무 좋아보인 걸까?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시대만 과거로 옮겨서 비인간적 설정에 몰두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작품이, 19세기에 쓰인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비해 얼마나 퇴보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남자 주인공이 기존 관행을 모두 거부하는 인물이긴 해도, 이 작품에선 시대와 관행에 대한 어떤 비판적 태도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냥 자극적일 만한 요소를 가져와서 얼마나 드라마틱해 보일지만 궁리한 듯.

 

 

다행히도 이 드라마의 장점을 몇 가지 찾을 수는 있다.

1) 일단 두 주인공의 매력. 키이라 나이틀리를 떠올리게 하는 미모의 피비 다이네버. 디즈니 공주님 같다. 그리고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섹시하고 잘생기고 멋진 레지-장 페이지. 이들의 캐릭터 말고 미모만 감상하려면 굿이다. 다프네의 동생도 꽤 매력적.

 

2) 흑인 배우 대거 캐스팅. 방영 전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역사물도 아니고, 어차피 픽션에 시대착오적인 내용인데 뭐 어때 싶은 감상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파격적이고 신선한 부분은 그 지점뿐이다.) 다만, 아시아계 배우나 아랍계 배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쉽다. 블라인드 캐스팅으로 뽑았다고 하는데.. 영국 영화/드라마판에 충분한 실력으 갖춘 아시아 배우가 없었나 보다고 단념해야 하나 봄.ㅎ

 

3) 돈 들인 티가 팍팍 나는, 멋진 의상과 소품, 배경. 정확히 말하면 귀족 저택 속 인테리어 구경하는 재미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이 재미에 가장 매료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