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즌 1(The Newsroom Season 1, 2012)

드디어 정주행. 정치, 사회 이슈를 딥하게 판 이야기를 몰아 봤더니 조금 피곤하다. 시즌 2는 기간을 두고 봐야겠다. 기자란 무엇인가,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 치곤 늦게 본 드라마. 8년 전에 나온 드라마인데 이제 보다니..

 

<뉴스룸> 시즌 1은 가장 이상적인, 우리가 원하고 선망하는 언론의 모습을 그린다. 동시에 미국 정치계가 얼마나 썩었는지 잘 보여주기도 하고.

 

어느 자리에서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도 않고, 중도 뉴스 내지는 시청률을 우선시한 뉴스를 만들어온 앵커이자 편집국장 '윌 맥어보이'. 윌은 어느 강당, 대담 자리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고, 뭐든지 단답식으로 대답한다. 사회자는 답답해 미칠 지경.

 

그러다 대학생 질의자의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나라로 만드는 건 뭔가요?"라는 질문에 폭발을 한다. 관객석에선 낯이 익은 여자가 커다란 노트패드에 '미국은 최고의 나라가 아니지만, 그렇게 만들 수는 있다'라는 식의 문구를 써서 윌을 자극했고. 윌은 결국 매우 날이 선 채로 미국이란 나라를 향한 팩트 폭력 내지는 독설을 내뱉는다. 이 장면에서 시청자의 쾌감은 극에 달하지만, 윌의 명성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떻게 어린 학생에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냐는 것. 자국에 관한 자긍심이 하늘로 치솟는, 우쭐거리는 대담자와 관객, 미디어 너머의 대중까지 모두 화가 났다.

 

해당 장면이자 에피소드 시작 장면(with 아마추어 번역가의 한글자막):

 

전문가의 번역으로 보고 싶다면 왓챠 프로모션 버전:

다 봤다면, 이 정도에 다 본 듯 만족하지 말고 드라마를 찾아보길. 왓챠에 있다. 이건 겨우 오프닝이라고!

 

윌은 2주 동안 연락을 다 끊고 휴가를 다녀온다. 오랜만에 만난 보도국장 '찰리 스키너'는 윌에게 새로운 총괄 프로듀서를 영입했다고 한다. 그 EP는 바로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돌며 위험한 취재를 벌여 온 '맥켄지 맥헤일'. 찰리는 오랫동안 정체된 뉴스를 바꿔보겠단 의지로 불타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윌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다시 분노가 폭발해 날뛴다.

 

윌이 이 계약을 따지기 위해 에이전시를 찾아간 동안, 애칭 '맥'으로 불리는 맥켄지가 보도국으로 출근을 했다. 윌의 비서 '매기'에게는 급 보조 PD직을 제안한다. 맥은 자신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팀을 함께 데리고 왔다. 그중 핵심 인물이 '짐'. 무슨 프로듀서라더라. 아무튼 맥 다음 서열이다. 맥은 윌이 에이전시에 갔다는 것을 알아채곤, 자신과 자신의 팀이 무직 위기에 놓일까 노심초사한다. 10시 뉴스 EP로 배정된, <뉴스 나이트>의 전 EP '돈'을 자극하기 위해, 짐에게 매기와 썸을 타보라며 인간 큐피트로서 화살을 날린다;;

 

윌이 돌아와서 맥과 언쟁을 벌이는 동안, 새 뉴스가 터진다. 2010년 실제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다. 돈 이하 모두가 아직 황색 경보라며 이 소식에 뉴스성을 부여하지 않는 동안, 짐은 심각성을 알아채고 이리저리 조사를 벌인다. 그리고 짐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얻은 극비 정보. 짐의 주도로, 싸움판에 와해판이었던 <뉴스 나이트> 보도국은 속보이자 특종 뉴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사고 뒤에 숨은 추악한 사실을 대중에게 알려, 경보 수준을 최고 등급으로 올리는 데 기여까지 한 새로운 팀. 윌은 언제든지, 일주일에 한 번, 맥을 고용할 권리를 얻는 대신 자신의 봉급을 깎아왔다. 맥은 윌이 그렇게까지 돈을 잘 번다는 사실과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에 기겁하지만.. The show must go on.

 

윌이 맥에게 기겁하는 모습을 보고, 아 둘이 사겼었나 보다, 뭔가 지독한 사연이 얽혔나 보다, 싶다. 바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사실 둘은 맥이 바람 펴서 헤어진 거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넘나 냉철하고 똑똑해 보이는 맥은 경제 뉴스에 관해서는 까막눈이고 간단한 IT 관련 공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컴맹이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의 간판 뉴스 총괄 프로듀서이자 저널리스트가 이럴 수가 있는 건가.. 믿기지가 않는 설정임;;)

 

이후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모두 미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시즌 1이 방영된 것은 2012년이지만, 드라마 속 사건은 2010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이 보도국에서 만드는 뉴스는 꾸밈이 없어 단순한데 오히려 더 흥미롭다. (각본 쓰는 건 비교적 수월했겠다 싶고)

 

다만, 특종을 터트리고 대박을 치는 데만 집중하니까, 사건 해결이 어떻게 되고 후속 보도가 어떻게 되고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특종만 치면 그만이다. 이 점이 아쉬웠다.. 달리 수도 없지만..

 

이들이 만드는 뉴스가 대체로 공화당에 매우 반하는 내용인 데다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고 혼내려 하는 분위기' 때문에 시청률이 뚝뚝 떨어진다. 보도국장은 진실성 있는 보도를 실현하려고 하지만, 이 언론사의 사장과 그룹사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윌은 맥이 일깨워준 진정한 저널리스트로서의 모습에 열의를 태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보가 충분한 유권자라고, 하면서. 이제부터 공정 보도만 하겠다는 연설문은.. 저널리즘 개론으로 삼아도 될 만큼 잘 쓰였다. 해당 장면(자막 없음):

 

그리고 갑자기 직원들 이름도 외우고 성격과 특이사항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무튼 중반부에서 윌은 잡지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데, 잡지는 뭐든 느낌표를 달아서 싫다고 한다. 그것 말고도 싫어하는 이유는 수두룩하지만. 특히 계열사에서 만드는 타블로이드 잡지와 얽히게 되면서 후반부 큰 위기가 찾아온다.

 

요즘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허쉬>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허쉬> 원작 소설이 똑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사의 현실 고증은 잘한 것 같지만.. 모든 이야기가 뻔하고 시청자의 다음주 플롯 맞추기 콘테스트를 열면 똑같은 내용이 200개 정도는 나올 것 같은 느낌으로다가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게으르잖아. <비밀의 숲> 시즌 1에 시즌 2까지 본 안방 관객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훌륭한 선례를 두고도 이렇게밖에 못 하냐고.

 

그냥 캐릭터가 매력 없고, 이야기가 재미없는 건데, 대중은 역시 기자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안 본다느니, 뭐 이딴 자위나 하고 있고. <미스티>도 재밌었고 <봄이 오나 봄>도 재밌었거든? 장르가 다르지만. 또 뭐지 고 김주혁, 천우희 주연의 <아르곤>도 얼마나 좋았는데.

 

아무튼 <뉴스룸>의 작가이자 제작자 아론 소킨이다. 아론 소킨은 미드 <웨스트윙>도 썼고 영화 <머니볼> <소셜 네트워크> <대통령의 연인> <스티브 잡스>도 썼다. 가장 최근작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각본도 쓰고 감독도 직접 했다.

 

 

 

아래 장면에선 다들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걸.. 그 사건 이전에 만들어진 외국 드라마인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지독하게 마음이 아플 장면이다.

 

 

매기 역할 맡은 앨리슨 필 매력 터짐.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엄청 멋진 피츠제랄드 역할 맡았던 배우.

 

보도국장 찰리 역할은 샘 워터스턴이 연기했다. <그레이스 앤 프랭키>에서 프랭키 전 남편, 솔로 열연한 배우. 늘 나비 넥타이를 하고 있는데, 보도국의 치열한 전선에 있지 않아 뭔가 노는 느낌을 내려고 한 게 아닐까. 이 사람 볼 때는 스트레스 좀 덜 받으라고? 하지만 윌을 지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감당하는 인물이다. 찰리는 윌을 지키고, 윌은 맥을 지키고, 맥은 짐을 지키고, 짐은 매기를 지키고. 서로서로를 지키는 언론인들. 개인주의 국가로 알려진 미국에서도 언론인의 연대는 끈끈하다. 아, 그리고 이 그룹사 회장은 그레이스로 열연한 제인 폰다가 나온다. 출연 장면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엄청난 존재감. <그레이스 앤 프랭키> 팬으로서 소소한 반가움!

이 사진 속 '돈'은 극불호 캐릭터다. 이기적인 캐릭터인데, 착한 짓 할 때도 짜증남..

 

매력 터지는 짐 하퍼도 알아보자. 존 갤러거 주니어. 뮤지컬 배우로 토니상도 받은 것 같은데.. 이 이상 본 것도 아는 것도 없네.. 근황도 모르겠고.

<뉴스룸>이라는 제목을 jtbc에서 채 가서, 구글이든 유튜브든 뉴스룸 치기만 하면 이 드라마 관련 정보보다 jtbc 프로그램 정보가 더 많이 나와서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