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2018)

실화 기반의 영화. '데이비드 셰프'라는 기자/작가가 마약 중독으로 고생한 아들 '닉'에 대해 쓴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다. 데이비드 역할에는 스티브 카렐, 닉 역할에는 티모시 샬라메. 데이비드는 이혼 후 혼자서 아들 닉을 키우다가, 재혼해 딸과 아들을 하나씩 더 얻는다. 10대가 된 닉은 마약에 빠져 버리고, 데이비드는 닉을 재활원에 보낸다. 그래도 약을 끊는 건 쉽지가 않나 보다. 닉은 또 가출을 하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실신한 채 발견되곤 한다.

 

닉은 아빠의 영향인지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데이비드는 계속되는 닉의 방황과 탈주에 괴로워하지만 물질적인 지원은 거절한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 닉은 아빠에게 악담을 퍼붓고 다시 약쟁이 라이프로 돌아가곤 한다.. 제발 자신을 재활원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데이비드는 닉을 억지로 집에 데려오기보다는, 닉이 새롭게 중독된 마약을 공부하며 닉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 서로를 사랑하는 게 분명하지만, 마약 중독이라는 굴레 앞에 멀어진 부자.

 

데이비드가 닉을 집에 묶어두지 않고 (가출했을 때 닉의 행방을 매우 열심히 쫓는 모습과는 달리) 억지로 구조하려 하지도 않는다. 닉이 저러다 언젠가는 과다 복용으로 죽을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정서가 이해가 안 가서 당황했지만. 결국 닉을 도울 사람은 닉 자신밖에 없다는 걸, 데이비드는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몽둥이 들고 쫓아다니면서 집 안에 감금해 두거나 정신 병원에 보냈을 텐데..

 

아무튼 영화 속에서 닉이 약물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아 나 너무 한국영화 신파에 길들여져 있나 봐.. 스포일러. 닉이 또 실신했을 때, 데이비드가 병원을 찾아가서 끌어안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닉이 이후 8년간 약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막으로만 나올 뿐.. '절정'과 '결말'이 없어서 어리둥절하겠지만, 뭐 실화니까 이해해 보자.

 

이 영화는 데이비드와 닉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아름답게 묘사하고, 약물로 온가족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담담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티모시 샬라메가 뷰티풀 보이인 건지 닉이 뷰티풀 보이인 건지는 조금 헷갈린다.. 그냥 원작 제목을 그대로 쓴 것 뿐이지만. 아무튼 2시간짜리 티모시 샬라메 화보다.. 그리고 고뇌하는 중년 남성을 스티브 카렐만큼 훌륭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둘 다 너무 완벽한 캐스팅..

 

데이비드가 이혼하고 나서 어린 닉에게 아비의 애정을 확인시키는 회상 장면이 교차되는데, 어린 닉이 너무 애기애기해서.. 더 짠했다. 어린 닉이 잠시 엄마와 만나도록 혼자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닉이 또 사라졌을 때, 닉의 꼬맹이 동생이.. 계속해서 아빠에게 닉의 행방을 물으며, "형한테 전화해도 돼? 전화 못 받으면 문자라도 남길까? 외로울 때 보고 힘낼 수 있게 말이야."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얼마나 사랑이 넘치는 가족인지..ㅜㅜ

 

또 후반부에 닉이 사라졌다 집에 잠시 들렀을 때, 데이비드와 새엄마, 두 동생이 집에 도착한 걸 알고는 여자친구와 차를 타곤 열심히 도망을 친다. 새엄마가 이들을 열심히 뒤쫓는다. 결국 끝까지 따라잡지 못했을 때, 새엄마는 길 한가운데 차를 세우곤 엉엉 운다. 맘 고생은 데이비드만 한 게 아니다.

 

부모의 이혼이 가장 큰 상처였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랐고. 닉이 왜 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고, 빠져나오기 힘들었는지, 무슨 문제로부터 도피한 건지는, 게다가 실화니까, 내가 감히 이야기할 주제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 내면의 결핍이란, 꼭 이성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닉 셰프는 아무튼 작가가 됐다. 마약 중독에 관한 회고록도 내고, 영어덜트 소설집도 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드라마 버전에서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