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퍼씨네 펭귄들(Mr. Popper's Penguins, 2011)

올해로 왓챠에서 서비스 종료가 된다고 해서 서둘러 보았다. 믿고 보는 짐 캐리 주연작이니까!

 

 

짐 캐리는 매우 잘 나가는 부동산 개발자 '토마스 파퍼' 역할을 맡았다. 토마스는 미국 영화에서 성공한 사람의 표본답게,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매우 이기적이다. 

 

영화는 꼬꼬마 시절 토마스, 토미와 아빠의 장거리 무선 통신으로 시작한다. 토미의 아빠는 늘 여행/출장 중이다. 모로코에서 루마니아, 파푸아 뉴기니.. 연락할 때마다 아빠는 낯선 곳에 가 있다. 꼬마 아이는 자라면 자랄수록 아빠의 부재에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토마스의 생일날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빠의 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 토미의 얼굴이 어른으로 바뀐다. 어른이 된 토미는 아빠가 했던 말과 비슷한 대사를 치고 있다. 늘 집에 없었던 자신의 아빠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란 것이다.

 

토마스는 가정에 소홀했던 탓인지 이혼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처 집에 찾아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와 시간을 보낸다. 큰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작은 아이는 아직 꼬맹이 남자애다. 제이미의 고민은 온통 연애와 이성. 아빠랑은 가뜩이나 말도 안 통하는데 아빠 집에 가고 싶겠는가.

 

이번 주말은 아이들 없이 혼자 지내야겠군. 쓸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토마스는 차라리 일에 전념하기로 한다. 그리고 변호사의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 '토마스 파퍼 시니어'의 사망 소식. 남극에서 생을 마감한 그는 아들에게 마지막 선물이자 유품을 남겼다. 얼마 후 집앞에 도착한 상자에는 꽁꽁 언 얼음과 펭귄이 들어있다. 살아있는 펭귄! 당황한 그는 펭귄을 욕실에 가둬두곤 뉴욕의 레스토랑주 겸 건물주와 만나러 간다. 비서에게 뒷담을 하다가 오너에게 딱 걸린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기품이 넘치는 오너는 자신이 무언가를 팔 때 사려는 사람의 인품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너한테 팔 리가 없다는 의미다.

 

토마스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변호사에게 연락해, 펭귄을 돌려보내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한다. 욕실 안에 갇힌 펭귄은 수도꼭지를 틀어 온 집안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시끄럽게 꽥꽥거리고 물건을 망가뜨리고.. 펭귄을 내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토마스. 며칠 후 펭귄 반송용 박스가 도착했다, 적어도 토마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박스에는 펭귄이 다섯 마리나 더 들어있었을 뿐이다. 변호사는 연락이 닿지 않고.. 이제는 펭귄을 동물원에 보내는 수밖에 없다.

 

마침 동물원에서 사람이 오던 날, 토마스의 집을 먼저 찾은 버스데이-보이 아들은 펭귄을 아들의 생일 선물이라 착각해 버린다. 이렇게 훌륭한 선물을 해주다니! 전처까지 감동에 빠졌는데 이실직고를 할 수 없다. 토마스는 동물원 직원을 황급히 돌려보내고 만다. (심적으로)잃어버린 가족의 애정을 되찾을 기회다. 토마스는 얼떨결에 펭귄 여섯 마리를 계속 데리고 있기로 한다. 하나하나 이름도 지어줬다.

 

하지만 매일 성이 나서 토마스의 일을 그르치는 펭귄. 토마스는 펭귄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어 자신의 아파트를 춥고 춥게 만든다. 자신은 벌벌 추위에 떨면서.. 영화 1/3 지점까지의 이야기였다.

 

여긴 후반부 스포일러. 우여곡절 끝에.. 토마스는 펭귄에게 정이 들고 알 부화를 돕느라 자신의 일을 등한시하기까지 한다.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생각한 그는 펭귄들을 돌려보내기로 결심한다. 의심쩍은 동물원으로 떠나보낸 뒤, 토마스는 그제서야 가구 밑에 떨어져 있던 아빠의 편지를 발견한다. 아빠는 자신이 놓친 인생.. 그러니까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후회를 고백했다. 아들인 토마스 파퍼 주니어는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말길 바란다는 메시지다. 정신을 차린 토마스는 펭귄들을 되찾기 위해 아이들, 전처와 함께 모험에 나선다. 

 

주인공 이름이 '파퍼'인 건 아빠를 뜻하는 '파파'를 떠올리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일 것 같다. 회사 임원, 자신의 비서, 부동산 매물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상대, 모든 사람들이 그를 '미스터 파퍼'라고 부른다. (게다가 비서 이름은 '피피'다.. 오줌이라는 뜻이지만..) '아빠'라는 가장 중요한 직업이자 역할을 잊지 말라는 주제가 담겨 있는 셈이다.

 

영화 자체로는 어딘가 엉성한 구석이 많다. 짐 캐리가 나오지만, 눈물나게 감동적이지도 않다. 짐 캐리라는 배우만으로 하드캐리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펭귄은 생각보다 시끄럽고 펭귄들이 저지르는 사고는 사람 맘을 불안하게 만든다.. <아기 공룡 둘리>에서 둘리보다 고길동에게 감정 입이 더 된다면 어른이라잖아..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좋은 영화가 아닐까^^

 

원작인 아동 소설은 1938년에 나왔다고 한다. 줄거리는 상당히 다른 듯하다. 원작의 파퍼씨는 이혼도 안 했고 사업가도 아니다. 감동 스토리를 불어넣기 위해 각색을 너무 많이 하면서 조금 휘청댄 듯.. 그래도 가족 영화로는 추천한다. '아빠' 영화니까 '아빠'들은 관람에 필수 참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