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Other People, 2016)

마음이 아프다. 29살 (게이) 남성이 엄마와 이별하는 영화.. 영화의 첫 장면은 엄마의 임종이다. 그의 남편과 세 자녀가 엄마를 둘러싸고 슬퍼하는 장면이 꽤 오래 이어진다. 데이비드(제시 플레먼스)는 고향인 새크라멘토를 떠나 뉴욕에서 코미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엄마 조앤(몰리 섀넌)이 평활근육종 말기에 걸렸다. 죽음까지 막을 수는 없는 단계.

 

조금이나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항암 치료를 받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괴로워 치료를 포기한다. 데이비드는 엄마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앞당겨진 이별 앞에 괴롭기만 하다. 결국에는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걸. 한없이 쇠약해져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워진 조앤은 아들 데이비드가 커밍아웃했을 때 자신이 함부로 말했던 일을 사과한다. 그래도 내가 네 엄만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비드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엄마와의 관계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두 여동생, 엄마의 부모님, 남자친구와 데이트 상대 등 여러 주변인을 만나고 대화하는 모습을 두루 보여준다. 게이로서의 모습, 아니 아들의 존재 자체를 외면하기만 하는 아버지와의 관계도. 데이비드의 혼란과 깊은 슬픔은 더 효과적으로 증폭된다. 영화 제목이 '다른 사람들'인 건 그래서일까.

 

처음부터 죽음이라는 결말을 보여주고 시작하지만, 이것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눈물샘을 막진 못한다. 당신이 영화의 어느 순간에 울음을 터트릴지 모른다.

 

이 독립영화는 각본을 쓰고 연출한 크리스 켈리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크리스 켈리는 1983년생이고 2009년 엄마를 떠나보냈다. 26세.. 엄마의 이름은 실제로도 조앤이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대표작은 <SNL>이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SNL 작가로 일했다.

 

모두의 연기가 훌륭하다. 제시 플레먼스와 몰리 섀넌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앞둔, 혹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낼 수 있을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런 먹먹한 분위기를, 어쩌지 못할 말과 표정을, 크리스 켈리는 본인이 목도한 그대로,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억지로 감동을 주려고 하지도 않고 과하게 슬픔을 쥐어짜지도 않는다.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