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ten Avocados 🥑 모아니의 컬처 리뷰

역사는 반복된다. 끔찍한 일이지만, 우리는 이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고쳐 나가야 한다. 딱 3개월 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들썩였다. 백인 경찰의 불필요하고 과한 제압으로 아프리카계 남성이 사망한 것이다. 수많은 행인이 목격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항의했고, 피해자가 숨 쉬기가 어렵다며 살려달라 했음에도 백인 남성 경찰은 살인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주 살인범으로 지목된 백인 경찰 외에, 또 다른 백인 경찰과 아프리카계 경찰이 함께 플로이드의 몸을 누르고 있었고, 라오스계 경찰은 행인들의 항의를 저지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경찰에 의한 살인 사건이 미국에선 수없이 일어났다. 국내에선 정식으로 개봉된 적이 없는 듯한 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

모아니의 컬처 리뷰/└─ #BlackLifesMatter 2020. 8. 26. 02:01

유튜브에서 쿠바 자투리 겸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고 추억 속 의 주걸륜이 여행 예능을 찍었다니, 하고 반가운 마음에 보기 시작했는데 에피소드 1 - 파리 편을 보다가 때려쳤다. 일단 느낀 단점을 말하자면.. 1. 고프로로 찍어서 정말 대충 보정한 듯한 영상 퀄리티. 유튜브용이었나? 싶을 정도로 로우파이하다. 2. 옛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지 안 어울리게 수염을 잔뜩 기른 늙은 주걸륜. 3. 관광지보다 지인들이랑 떠들고 노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유머 코드. 4. 주걸륜의 '주'와 신서유기의 '유기'를 따온 것 같은데 주유소에서 주유한 이야기 같네, 자꾸 드는 딴 생각. 작명에서 느껴지는 센스의 부족이 프로그램 연출 센스와 맥을 같이한다. 주걸륜 검색하니 이런 기사도 났네; 기사..

모아니의 컬처 리뷰/쇼 2020. 8. 26. 01:07

Pros: 멋진 휴양지에서 펼쳐지는 여유로운 휴가이자 나이마의 유난히 별난 여름 방학. 영화제로 유명한 도시 깐느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 무리가 영화 후반부에 요트를 타고 바다 건너 이탈리아에 닿는데(위 사진의 배경이 그곳) 아름다운 수풀 속 계단을 오르락내리고 테라스에서 식사를 즐기는 모습은.. 휴양에 목마른 감상자가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한다. Cons: 나이마의 사촌 언니 소피아가 벌이는 성적인 모든 행동이 관능적이긴 하지만, 참 과하고 부담스럽다. 초반부 줄거리: 나이마는 깐느에 사는 평범한 주민이다(부유한 휴양객들과는 다른 계급). 파리에 살더니 뭔가 많이 변한 사촌 언니 소피아가 깐느를 찾았다. 둘은 반가운 재회를 하고 자매 놀이를 즐긴다. 소피아가 나이마의 생일 선물..

모아니의 컬처 리뷰/영화 2020. 8. 18. 05:33

책이 틈새라면이라면, 영화는 진라면 순한맛. 영화 개봉 직후 사람들의 반응은 대충 이랬다. 원작이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의 생을 훑으며 한껏 날 선 르포처럼 혹은 사이키델릭 록 음악처럼 세상의 '성 불평등'이란 치부를 속속들이 드러낸 것과는 달리(하지만 그마저도 담당 정신과 의사의 남성적인 시선에 의해 냉대된다), 영화는 더 많은 이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도 다정한 태도로 여러 세대에 걸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를 기준으로 짚겠다. 1982년에 태어난 지영은 언니인 은영과 함께, 딸이라는 이유로 남동생에게 밀려 아버지의 사랑을 덜 받으며 자랐다. 10대 시절 버스에서 어느 남학생이 자신을 뒤따라오자 중년 여성의 도움을 받아 위험에서 벗어나지만 한 발 늦게 지영을 데리러 나온 아버지는..

모아니의 컬처 리뷰/영화 2020. 8. 17. 22:35

마음 따뜻한 아저씨가 상실에 대처하며 방황하는 이야기. 2018년 쇼타임에서 첫 공개된 미드. 지난 7월 말, 왓챠에서 독점 공개. 왓챠에서는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의 만남이라 홍보했지만, 제1 총괄 제작자는 데이브 홀슈타인(Dave Holstein)이고,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를 비롯해 많은 이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매회 각본가와 연출가가 다르다. 그럼에도 미셸 공드리 특유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셸 공드리의 전작으로 치면 과 을 합쳐 놓은 분위기. 사람의 마음 속, 저 끝에 있는 해묵은 감정을 쿡쿡 찌른다. 짐 캐리가 에선 정극 연기를 펼쳤는데, 에서는 미셸 공드리와 재회하면서 자신의 장기인 희극과 정극을 오가며 탁월한 연기력을 자유자재로 뽐낸다. 짐 캐리가 분한 피클 아저씨는 30년 넘..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8. 9. 19:18

영화는 차가운 건물 복도에서 두 사람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걷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서도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은 한참 동안 스크린에 등장하거나 입을 열지 않는다. 입장한 판사의 진술서 낭독과 조정 진행을 통해 어느 부부가 양육권과 재산 분할에 대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 아들 줄리앙은 진술서를 통해 아빠(앙투안)가 엄마(미리암)를 또 해치려 들까 봐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남편은 두 아이가 아내에게 세뇌당한 거라 주장한다. 변호사의 상반된 주장이 오가고, 남편 측 변호사는 유난히 흥분하며 아비의 제 아들 볼 권리를 뺏을 수는 없다 말한다. 판사는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며 판결을 미룬다. 관객은 판사의 중립적인 시선을..

모아니의 컬처 리뷰/영화 2020. 8. 9. 17:52

요즘 미디어에선 보기 어려운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 94년 방영된 드라마 각본을 쓴 김운경 작가의 최신작이다. 소매치기, 꽃뱀, 조폭 등 결코 평범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 오늘의 시청자가 보기엔 눈꼴 시려운 일들을 많이 벌이지만 나름의 선은 명확히 지키고, 서로를 위하는 의리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결말은 다시 생각해도 참 아릅답고 찡하다. 욕설은커녕 천박하고 상스러운 대사가 난무하지 않아 피로감이 덜하다는 점도 좋다. 2020년 5월 6일 +) 요즘은 케이블 채널에서 틀어주는 을 조금씩 챙겨 보고 있다. 와는 달리 조금 피곤한 캐릭터 설정과 전개. 에서 멀쩡한 청년이 소매치기 유나에게 푹 빠져서, 어떻게든 그를 어둠의 세계에서 끄집어 내려 ..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7. 28. 00:39

1950년대 일본 영화 황금기의 대표작. 형제는 모두 도쿄에 사는데, 혼자만 바닷가 마을 할머니댁에서 평생을 살아온 유코. 고등학교를 마치고 도쿄 집으로 향하기 전, 위독해진 할머니는 유코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다. 도쿄에 있는 어머니는 네 친어머니가 아니라고. 유코는 예정대로 도쿄로 향하고 도쿄의 어머니는 유코에게 가정부 노릇을 하라 명한다. 매일 결혼 상대만 찾고 있는 이복 언니의 질투, 재즈에 빠진 이복 오빠의 무관심(그 시절 젊은이들이 아마도 취미로 꾸린 밴드는 무려 브라스 밴드였다. 지금은 귀하디 귀한! 신선한 충격!), 이복 남동생의 짓궂은 장난에도 유코는 당당하고 활기 차게 집안일을 해낸다. 그러다 이복 언니가 찜해둔 남성이 이복 언니가 아닌 유코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일은 꼬여버린다. 결국..

모아니의 컬처 리뷰/영화 2020. 7. 27.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