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헤이트 유 기브(The Hate U Give, 2018) #BlackLifesMatter

역사는 반복된다. 끔찍한 일이지만, 우리는 이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고쳐 나가야 한다.

 

딱 3개월 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들썩였다. 백인 경찰의 불필요하고 과한 제압으로 아프리카계 남성이 사망한 것이다. 수많은 행인이 목격하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항의했고, 피해자가 숨 쉬기가 어렵다며 살려달라 했음에도 백인 남성 경찰은 살인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주 살인범으로 지목된 백인 경찰 외에, 또 다른 백인 경찰과 아프리카계 경찰이 함께 플로이드의 몸을 누르고 있었고, 라오스계 경찰은 행인들의 항의를 저지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경찰에 의한 살인 사건이 미국에선 수없이 일어났다.

 

국내에선 정식으로 개봉된 적이 없는 듯한 <더 헤이트 유 기브>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소설은 <당신이 남긴 증오>라는 이름으로 번역 및 출간되었다.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맡은 '스타'는 열여섯 살의 학생이다. 백인 사회에선 위험한 구역으로 여겨지는, 아프리카계 동네에 살고 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딸이 이 동네에서 위험한 일을 당할까 걱정하여 소득에 비해 과한, 백인 동네에 있는 학교에 딸과 아들을 진학시킨다. '스타'는 우연히 어린 시절 절친이었던 '카일'을 만나고, '카일'이 차를 태워주겠다 하여 함께 도로 위를 달린다. '카일'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할머니를 부양하고자 일찍부터 마약 딜러가 된, 날라리 청소년이자 아프리카계 소년이다. 부모님이 알면 큰일이 나겠지만 '스타'는 '카일'이 여전히 순수하고 착한 친구라는 것을 안다. 그러다 갑자기 따라 붙은 경찰차. 백인 경찰은 '카일'의 차를 세웠고, 이들에게 두 손을 머리 위로 뻗고 차에 몸을 기대 무기가 없음을 보이라 한다. 겁에 질린 '스타'는 아버지에게 혹독하게 배운 대로,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하지만, '카일'은 자기가 도대체 뭘 잘못 했냐며 반항을 한다. '스타'는 '카일'을 말리며 시키는 대로 하라고 울부짖는다. 굴하지 않고 자존심 세우던 '카일'의 어떤 몸짓을, 경찰은 총을 꺼내려는 제스처로 오인하고 총격을 가한다. 현장에서 즉사한 '카일'. 그에겐 무색하게도 당연하게도 총이 없다. 이 사건은 흑인 커뮤니티 전체의 분노를 일으킨다.

 

'스타'는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이 그 사건의 목격자임을 숨기고 일상생활을 이어간다. '스타'에겐 백인 친구도 많고 아프리카계 친구도 많다. 아프리카계 친구들은 목소리를 높여 시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두려움에 떤다. 백인 친구들은 이 사건을 두고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너는 다른 흑인들과는 달라'라고 말하면서 '흑인들은 이러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질려버린 스타는 머리빗을 들고 위협하는 몸짓을 취하고, 고작 머리빗의 허공질에 친구는 공포에 휩싸이며 소리지른다. 백인들의 위선적인 태도를 표면으로 건져 올린 이 사소한 투쟁을 계기로, '스타'는 용기 내어 진실을 말하기로 한다.

 

'스타'가 넌 대체 언제적 노래를 듣는 거냐며 '카일'의 뮤직 리스트를 놀리지만, '카일'은 투팍(2PAC)이 최고라며 그의 노래에 담긴 thug life 정신을 높이 산다. 나는 힙합에는 그닥 취미가 없어서 'thug life'라는 표현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이 표현이 힙합 신에서는 꽤 위험하고 제멋대로인 좆 같은 인생으로 통용되나 보다. 본래 뜻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The Hate yoU Give Little Infants Fucks Everybody. 당신이 어린 아이에게 내뱉은 증오가 모두를 망쳐버린다는 의미. 아이에게 함부로 증오나 혐오, 폭력을 내비치지 말라는 것이다. 안 그러면, 그 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흡수한 증오를 내뱉으며 더한 악행을 저지를 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끔찍한 사건을 겪으며 '스타'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의 어린 남동생 역시 세상을 향한 증오를 품지 않기를. 영화를 보다 보면 절로 이런 기도를 하게 된다.

 

이 영화도 전국민 필수 시청 작품이다. 주변에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첫 교육용 영화로 이 작품을 보여주길 바란다. #BlackLifesMatter 에 공감한다면 더더욱. 힙합러들도 꼭 보길. 아만들라 스텐버그의 빛나는 미모를 보고 싶은 사람들도.

그런데 국내 시청 플랫폼에서 사라져버렸다. 애석하다..

어쩔 줄을 몰라 주요 포털의 영화 소개 페이지라도 공유함: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1537

더 헤이트 유 기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3548

더 헤이트 유 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