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ten Avocados 🥑 모아니의 컬처 리뷰

결정이 느린 여성 캐릭터들 덕분에 속이 매우 답답했던 드라마. 안판선 감독-김은 각본가의 전작 에서는 그래도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일찍 시작되었고 매회 설렘 포인트가 여럿 포함되었는데, 은 전개도 느리고 캐릭터도 더 보수적이다. 전작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스포일러일지도. 큰 언니는 이혼을 앞둔 가정폭력 피해자. 부부 간 성폭행이 인정될 수도 있다는 암시만 날리곤, 남편을 응징하는 사이다는 없었다. 이 문제를 짚은 건 드라마로선 최초이려나. 하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너무 은은해. 콩밥 아니면 개똥이라도 먹였어야지. 둘째인 주인공 '정인'(한지민)은 갑갑한 남자친구로부터 얼른 벗어나지도 못하고, 제대로 불만을 얘기하지도 않고, 시간만 질질 끌다 결국 양다리를 걸치고 만다. 에 나오는 전..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9. 14. 05:00

제목이 오글거려서, 한참 유행할 때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품. 정신적으로 피폐할 땐 외국 드라마보단 그냥 틀어놓기 좋은 한국 드라마가 끌린다. 약간 어두운 조명과 레이첼 야마가타, 칼라 브루니의 서정적인 음악(Stand by your man은 드라마 나오기 전부터 자주 듣던 노래다.), 일상적인 스토리 전개가 내 선입견을 조용히 죽여주었다. 중반부쯤 보다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배우들의 조합이.. 이거 만든 안판석 감독 작품이구나! 찾아보지도 않고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침침한 화면과 대사마다 말에 뼈가 있는 느낌이 쏙 빼닮았다. 말랑한 연애물인가 했더니, 모든 기업, 우리나라 사회에 뿌리 깊은 성차별, 성폭력 문제도 주요 소재로 집어넣었다. 그렇지, 풍자가 없으면 그의 작품이 아니지. 나중에 찾아..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9. 7. 00:49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 연출한 드라마. 2012년 방송되었고, 야마구치 토모코가 오랜만에 이 작품으로 TV 안방에 컴백했다. 주제는 감독이 늘 풀어가는 가족 이야기다. 10부작이라 영화보다 훨씬 잔잔하고 긴 호흡이다. 에는 대대로 소문만 무성한 매우 작은 인간 '쿠나'가 희망의 요소로 등장한다. 도쿄에서 광고 제작자로 일하는 료타(아베 히로시)는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내려간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사에(야마구치 토모코)는 료타의 아내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랴 잡지 촬영도 하랴, 영화 일을 하랴 매우 바쁘다. 이 둘의 딸은 말을 잘 안 하려고 해서 부부에게 고민을 안겨주는데, 어느날 학교에서 정학(?) 당한다. 엄마의 맛있는 도시락에 든 반찬을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상업적 ..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9. 3. 03:42

마음 따뜻한 아저씨가 상실에 대처하며 방황하는 이야기. 2018년 쇼타임에서 첫 공개된 미드. 지난 7월 말, 왓챠에서 독점 공개. 왓챠에서는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의 만남이라 홍보했지만, 제1 총괄 제작자는 데이브 홀슈타인(Dave Holstein)이고,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를 비롯해 많은 이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매회 각본가와 연출가가 다르다. 그럼에도 미셸 공드리 특유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미셸 공드리의 전작으로 치면 과 을 합쳐 놓은 분위기. 사람의 마음 속, 저 끝에 있는 해묵은 감정을 쿡쿡 찌른다. 짐 캐리가 에선 정극 연기를 펼쳤는데, 에서는 미셸 공드리와 재회하면서 자신의 장기인 희극과 정극을 오가며 탁월한 연기력을 자유자재로 뽐낸다. 짐 캐리가 분한 피클 아저씨는 30년 넘..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8. 9. 19:18

요즘 미디어에선 보기 어려운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 94년 방영된 드라마 각본을 쓴 김운경 작가의 최신작이다. 소매치기, 꽃뱀, 조폭 등 결코 평범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 오늘의 시청자가 보기엔 눈꼴 시려운 일들을 많이 벌이지만 나름의 선은 명확히 지키고, 서로를 위하는 의리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다.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결말은 다시 생각해도 참 아릅답고 찡하다. 욕설은커녕 천박하고 상스러운 대사가 난무하지 않아 피로감이 덜하다는 점도 좋다. 2020년 5월 6일 +) 요즘은 케이블 채널에서 틀어주는 을 조금씩 챙겨 보고 있다. 와는 달리 조금 피곤한 캐릭터 설정과 전개. 에서 멀쩡한 청년이 소매치기 유나에게 푹 빠져서, 어떻게든 그를 어둠의 세계에서 끄집어 내려 ..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7. 28. 00:39

제작 및 편성 2019년 1월 23일 ~ 3월 21일 MBC 에피소드 32개 연출 김상호, 박승우 극본 이혜선 주연 엄지원, 이유리 부잣집에서 태어나 곱디 곱게 자라다 배우로 활동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검사(국회의원으로 정계 진출)와 결혼한 뒤 현모양처로 살고 있는 이봄. 고아원에 살다 입양됐지만 양부모가 사고로 죽는 바람에 다시 고아가 된, 세상의 따뜻함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분노와 야망의 기자 김보미. 음료수인 줄 알고 마신 정체불명의 약품을 먹고 둘은 몸이 바뀐다. 김보미에겐 꿈꾸던 9시 뉴스 앵커 자리를 꿰찬 직후였고, 이봄에겐 사랑하는 딸을 데리러 가야 하는 상황. 하룻밤만 둘의 임무를 대신하자 했지만, 뉴스는 엉망이 돼버리고 엉망이 된 뉴스에 멘붕이 온 ..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7. 26. 15:31

시청 플랫폼 왓챠플레이 2019년 8월, 미국 C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을 만든 마크 체리의 신작이다. 드라마 배경은 미국 패서디나(LA 근교 도시)의 어느 대저택. 1960년대와 1980년대, 현대에 걸쳐 일어난 세 번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주요 등장인물 역시 세 쌍의 부부. 1960년대 아내인 지니퍼 굿윈은 가정주부, 1980년대 아내인 루시 리우는 사교계 여왕, 현대의 아내인 커비 하웰-밥티스트는 변호사 역할을 맡아, 시대 흐름에 따른 여성의 위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1960년대 배경의 주인공 '베스 앤'은 지고지순한 현모양처, 라고 쓰지만 남편의 하녀나 다름없다.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불륜녀를 추적하다 깊은 우정을 쌓는다. 상처로부터 파생된 광기마저 애잔스레 사랑스럽다. 1980년대 ..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7. 26. 14:56

만화 원작의 슈퍼 히어로 드라마. 슈퍼 히어로로 태어나 하그로브스 경에게 입양돼 남매가 된 7인. 이들의 초능력을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린다. 여름에 보기 제격이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흩어져 살던 일곱 남매가 모두 모인다. 하나는 가족의 비밀과 실상을 폭로한 뒤 “평범한” 삶을 이어온 사람으로 오랜만에 집을 찾았다. 또 하나는 애저녁에 유령이 되어 유령과 교감할 수 있는, 약물 중독에 쩌든 형제의 눈에만 보인다. 다른 하나는 오래 전 갑자기 사라졌다, 마당 공중의 번개 사이로 재등장한다. 외양만큼은 사라졌을 때의 어린 소년 모습 그대로다. 아무튼 성년이 된 7남매. 성격부터 취향, 직업까지 제각각인 이들의 삶을 각각 되짚어 보면서 이야기가 급격하게 전개된다. 차원 이동을 즐기다 먼 미래에 수십 년간..

모아니의 컬처 리뷰/드라마 2020. 7. 26. 1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