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인형(空気人形, 2009) #배두나 #고레에다히로카즈

1. 10년 전에 처음 봤을 때, 정말 역겹다고 생각했다. 내 또래 포함 수많은 여성들이 이 영화를 아름답다 표현해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영화. 얼마 전에 씨네프 채널에서 해주길래 보았다. 역겹다는 인상은 그대로인데, 이번에는 배두나의 매력이 얼마나 훌륭하게 돋보이는지에 집중해서 봤다. 배두나 배우가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도 이 영화가 아니었나?

 

2. 인간의 허무한 근본을 파헤치려는 주제의식과 섬세한 연출력은 좋지만, 굳이 섹스돌을 그 소재로 삼았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 일본에서는 성산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작은지 모르겠지만..

 

3. 아마 열렬한 팬들은 이렇게 반박하겠지 "바로 그 기분 나쁜 지점을 감독이 노린 거야" 노리든 말든 상관없다고. 사회적으로 잔잔하게라도 악영향을 끼칠 만한 소재 차용은 좀 다루지 말아달라고. 거장 감독이라면 도의적 책임 의식이라는 게 있을 거 아냐.

 

4. 그래도 그 이후로 이런 소재를 한 번도 다루지 않은 걸 보면..(이전에도 다룬 적은 없었지만) 생각이 많이 바뀌셨길 바란다.

 

5. 올해 초에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된 바 있다.

 

6. 배두나의 걸음새가 정말 독특하다. 다리가 매우 길고 가는데 살짝 안짱으로 뒤뚱뒤뚱 걷는다. 인형이 됐는데도 그 특유의 걸음걸이가 그대로여서 놀라웠다. 모든 예술가에게 그런 독특한 개성은 보석 같은 요소인 듯.

 

7.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참 고집스럽게도 일본 배경에서, 일본 배우들하고만 작업하는구나. 평소 팬이었던 배두나를 전격 캐스팅한 것도 인형이니까 일본어가 유창할 필요가 없어서.. 하긴 그가 그리는 모든 소재와 인생이 지극히 일본적이다. 어설프게 타국의 문화를 건드리는 것보단 가장 잘 아는 걸 하는 게 낫지.

 

8. 배두나 배우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다. 마음이 이제 막 생긴 인형으로서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는 순진무구함과 천진난만함.

 

2009년 9월 일본 개봉 당시, 일본 예능에 배두나 배우와 고레에다 감독이 함께 출연한 영상. 자막은 없지만 배두나가 한국어로 얘기하기 때문에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다. 준이치를 연기한 배우가 <원더풀 라이프>의 아라타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