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Little Women, 1994) #질리언암스트롱 #위노나라이더

귀염뽀짝 터지는 열두살보다 적었을 커스틴 던스트.

아마..도?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을 버전의 영화. 벌써 26년이 흘렀다. 질리언 암스트롱 감독, 위노나 라이더와 수잔 서랜든, 클레어 데인즈, 커스틴 던스트, 트리니 알바라도, 크리스찬 베일 등 출연. 그레타 거윅의 2019년작에 비하면 고전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정직하고 올곧고 교육적인 느낌이 강하다. 등장인물의 죽음의 순간에 갑자기 창밖으로 바람이 불며 비극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하기엔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만)도 그러하다..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차례대로 전개된다. 가끔 영화적 설명이 충분치 않아,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으로서 갑자기 이게 무엇..? 싶은 순간들이 등장한다. 원작을 읽거나 줄거리를 알고 보는 게 더 좋을 듯한 버전. 아니면 장면 사이에 숨은 이야기를 추측하는 데 재능이 있거나.

 

조를 연기한 위노나 라이더가 반짝반짝 빛난다. 제일 영롱해.

베스 역의 클레어 데인즈의 창백하고 혼돈에 빠진 표현력.

어린 에이미 역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 너무 귀여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처음 봤던 충격도 기억난다.

어머니 역할을 맡은 수잔 서랜든의 강직한 연기.

 

전반부는 고향을 배경으로 시작, 후반부는 뉴욕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이후 뉴욕에서 파리로, 뉴욕에서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간다. 전반부에서는 조와 로리가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는 정을 쌓으면서도 집안 대소사가 곁들여지고, 후반부에서는 조가 뉴욕에서 만난 한참 나이 많은 프리드리히에게 반하는 경험, 그리고 파리에서 에이미와 로리가 재회하며 생기는 일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작에 충실했을 뿐일 텐데, 갑작스레 장르가 조금 달라진 느낌..

 

여성주의적인 주장과 발언이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설명적으로 등장하는 반면, 각 인물의 장래희망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은 훨씬 소극적인 편이다. 2019년작에 비교하자면 더욱 그렇다. 2019년작은 설명은 줄이고,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통해 여성주의를 몸소 보여준다.

 

그리고 2019년작에서는 조가 독신주의를 주된 이유로 들며 로리의 고백을 거절하지만, 1994년작에선 조는 청혼을 듣자마자 혼란스러워 함으로써 (제대로 말을 못해.. 아직 주관이 없어) 그가 로리를 사랑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하여 로리를 실망시킨다. 2019년작에선 로리가 에이미에게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에이미가 자신을 늘 사랑해왔음을 알고 다가가지만, 1994년작에서는 마치 망나니처럼 에이미에게 추근덕댄다. 편지로 진심을 호소하긴 하지만, 이 부분은 어릴 적 이 영화를 봤을 때도 나를 환멸나게 했다.. 언니한테 고백하고 차인 뒤에 동생한테 들이댄다고?!ㅎ..

 

어쨌건 1800년대 이야기를 담았으니, 이 정도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오즈의 마법사>도 연출한 머빈 르로이가 1949년에 <작은 아씨들>을 영화화한 버전이 유튜브에 그냥 올라와 있다. 저작권을 주장하는 회사가 없나 보다. 나중에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