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 2004)

16년만에 다시 보는 하이틴 무비.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암투를 아프리카 야생에 빗대어 표현한 영화다.

다시 보니, 모든 뒷담과 악행은 오직 '여자들'의 몫으로 나오네.

특히 수학 교사가 걸레, 창녀 같은 표현은 여자들 입에서 나오면 안 되는 말이라며

'남자들이라면 몰라도' 같은 식의 멍청한 말을 덧붙인다.

문제의 뒷담책이 전교생에게 뿌려지면서 강당에 모여야 한 건 여학생들뿐이었다.

슬럿-셰이밍은 대체 누가 시작했을까? 정말 남자들은 무죄라고? 특히 10대 아시아 학생과 놀아난 그 코치, 그렇게 슬쩍 빠져버린다고?

2004년작인 만큼 젠더 감수성이 뒤처지는 건 감안해야 한다.

2004년에 10대였고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봤던 모든 사람들이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꼭 보았으면..

 

아무튼 당시만 해도 린제이 로한이 가장 엄청난 스타였는데(각종 스캔들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요즘 뭐하고 살까),

직후 레이첼 맥아담스랑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다른 작품으로 차례 차례 스타덤에 오르면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더더욱 두고 두고 회자되는 하이틴 클래식이 되었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케이디처럼 이기심을 좇다, 혹은 살아남기 위해

레지나의 복제인간처럼 굴기도 하고 다시 케이디로 돌아오기도 한다.

사실은 성인이 되고서부터 오히려 더 정글형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나도 2004년엔 어렸으니까.. 이 영화 속 일들이 무척 거대하고 심각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다시 보니, 뭐 꼭 대단한 여왕벌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10대 사이에선 충분히 생길 법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요즘 나오는 하이틴물을 다 뭔가 헐랭한 구석이 많은 느낌이다. 사실은 넷플릭스 영화 특유의 TV영화 느낌일지도.

아무튼 젠더 감수성을 갖춘 2020년대형 리메이크작을 기대해본다. (나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