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奇跡, I Wish, 2011)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두 형제는 일본의 북쪽과 남쪽으로 찢어져 각자 엄마 혹은 아빠를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물론 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네 가족이 다시 같이 모여사는 것. 두 형제는 나름대로 미션을 수행하며 씩씩하게 생활을 이어가다 하루는 모험에 나선다. 새로 생길 신칸센이 마주 보며 달리다 한 곳에서 교차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가 소원을 빌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과연 가족이 뭉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소원은 이뤄질까?

 

아빠 켄지(오다기리 죠)는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엄마 노조미(오츠카 네네)와 사이가 멀어진다. 엄마는 참지 못하고 큰 아들인 코이치(마에다 코키)와 친정으로 향한다. 아빠 편에 선 류(마에다 오시로)는 아빠를 가엾이 여겨 뮤지션을 꿈꾸는 아빠 곁에 남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챙기거나 빨래를 걷고 책가방을 챙겨 학교에 가는 것까지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낸다. 악상이 떠올랐다가도 막혀버린 아빠에게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떠오를 거야' 라며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조언까지 건넨다. 어느날 엄마와 통화하다가 엄마가 '류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니? 보고 싶다는 말을 왜 하지 않니?'하고 묻자 '보고 싶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아빠를 많이 닮아서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는 만큼 나도)싫어할 것 같아서'라는 말을 해서 엄마도 관객도 울려버린다. 코이치는 엄마와 살게 된 동네가 화산 폭발로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매일 화산이 폭발하게 해달라 소원을 빈다. 동생 류에게는 아빠에게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도록 잘 지켜보라고 명령을 내린다.

 

새로운 신칸센 열차가 마주치는 순간, 소원을 빌기 위해 (엄마 아빠 몰래)재회한 두 형제는 서로의 친구 여럿을 달고 나왔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신칸센 열차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를 열심히 찾고 찾다가 날은 깜깜해진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우연히 닿은 어느 노부부의 집. 배우 지망생인 메구미가 노부부의 딸과 똑같이 생긴 덕분에, 아이들은 무사히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는다. 관객인 나에겐 이 사건이 가장 '기적' 같았다. 메구미(우치다 카라, 키키 키린의 실제 손녀다.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도 공동 출연함.)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어린 시절 집을 나간 노부부의 딸이 실제로 메구미의 엄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이 의문은 나만 품은 건지 영화 속에서는 그냥 넘어가 버린다. 아무튼 영영 소식 없는 딸을 그리워하던 노부부에게는 오랜만에 집을 들썩이게 한 아이들의 등장이 기적 같은 선물이었고(그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했을까), 무대뽀로 하룻밤 가출을 강행한 아이들에게 노부부의 도움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용기와 긍정의 힘을 떠올리게 해줄 '촛불 하나' 같은 추억이었을 테니까.

 

 

사랑하는 사이인데, 떨어져야만 하는 슬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는 어린이의 물음에, 어른은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야' 같은 대답밖에는 들려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보다는 어린이의 슬픔에 더 몰입하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봐..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두 형제의 외할머니 키키 키린이 훌라 춤을 배우는 장면. '배움의 기쁨'으로 충만한 그의 미소가 황홀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