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 1(Back to the Future, 1985)

새해 전야 기념인지 OCN 스릴즈 채널에서 <백 투 더 퓨쳐> 시리즈를 연속으로 방영해줬다. 사실 지난번에도 25주년 리마스터링 버전 재개봉을 의식한 듯 연속으로 방영한 적이 있는데.. 시간이 안 나서 끝까지 못본 적이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지만, 영화가 나온 80년대 후반에 청소년이 아니었던 이상, 이 영화를 못 본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니까 밀레니얼 세대 대부분은 이름만 엄청 들어봤을 것. 워낙 방송에서 패러디도 언급도 많이 되다 보니 박사의 괴상한 모습 정도는 잘 알고 있고..

 

영화는 괴짜 발명가 에메트 브라운 박사의 집 내부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기계가 돌아가고 있고 리비아 테러 단체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집엔 아무도 없는 모양. 이때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등장한다. "닥(Doc), 집에 없어요?" 그리고 기타를 꺼내 동력 장치에 연결하는데 갑자기 동력 장치가 폭발을 한다. 다행히 불 없는 폭발. 때마침 박사가 전화를 건다. 박사는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다며 마티와 만날 약속을 잡는다.

 

마티는 캘리포니아 힐밸리 마을에 사는 10대 소년이다. 마티는 평범하고 나름 귀여운 소년이지만, 마티의 여자친구 제니퍼는 존예다.. 지각이 잦은 탓인지, 교사는 마티를 대대로 구박한다. 너네 아버지도 학교 다닐 때 너 같았다며 모욕을 준다. 아빠 조지는 늘 상사에게 깨지고, 엄마 로레인은 비만(그 정도는 비만이 아니지..ㅎ)에 술을 달고 산다. 유독 보수적인 엄마는 제니퍼를 마음에 안 들어한다.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별로라는둥..

 

이런 환경에서 자란 형과 누나도 본보기가 되어줄 리는 만무하다. 마티의 유일한 꿈이자 목표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지만, 교내 오디션에 떨어지고 만다. 여기저기서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마티는.. 자신이 아빠처럼 루저가 될까 봐 염려하는 눈치다. 마티는 아빠가 고약한 상사에게 대적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기만 하는 모습이 영 못마땅하다.

 

그날 새벽, 마티는 약속대로 쇼핑몰 주차장에서 에메트 브라운 박사를 만난다. 의지할 어른이 그밖에 없는 모양이다.. 박사는 리비아 테러 단체의 폭탄물 제조 의뢰를 받곤 플루토늄을 빼돌린다. 엄청난 에너지원인 플루토늄을 원료로, 30년 전부터 구상하고 개발한 타임머신을 완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박사의 타임머신은 자동차 들로리언을 개조한 것이다. 이 들로리언이 지금 가장 핫한 테슬라의 문 열리는 형태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이 차가 시간당 88마일(km/h로는 번역마다 다르게 적혀 있다. 140~144.)로 달리면 원하는 시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최초의 실험에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박사의 개가 이용된다.. 불쌍한 개ㅜㅜ 다행히 1분 전으로 보낸 차는 현재 시점으로 돌아왔고, 아인슈타인도 안전하다. 박사는 마티에게 타임머신의 작동 방법을 알려주며, 처음 타임머신의 개념을 떠올린 날을 추억한다.

 

가짜 폭발물 덕분에 테러에 실패한 리비아 테러 단체는 박사를 응징하러 온다. 무자비한 총격으로 박사는 즉사.. 마티는 총격을 피하기 위해 일단 들로이언에 올라 타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일단 도망치는 데 전념한 마티는 30년 전으로 이동한다.

 

30년 전, 고등학생인 아빠의 모습은 여전히 비굴하다. 1985년 아빠의 상사 비트는 그때도 조지를 괴롭히고 자신의 숙제를 시키는 등 불량배처럼 살고 있다. 충격을 받은 마티는 조지의 뒤를 쫓는다. 조지는 어느 집 앞의 나무를 타고 올라가 망원경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 여학생의 옷 갈아입는 모습이다. (미친..) 나무에 매달려 있다 중심을 잃고 도로에 떨어지는데, 마침 차가 돌진해 오고 있다.

 

마티는 그 시절의 아빠를 살리기 위해 아빠를 밀쳐내고 자신이 차에 치인다. 9시간이나 잠든 뒤 깨어난 마티는 젊고 예쁘고 날씬한 엄마를 마주친다. 자동차로 친 사람이 마티의 외할아버지, 그 딸이 엄마였던 것이다. 엄마는 자신에게 반한 눈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마티는 엄마와 아빠의 러브스토리에 자신이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가 별 볼 일 없던 아빠와 만난 이유는, 자신의 아빠가 운전한 차에 치였다는 동정심 때문이었다.

 

서둘러 자리를 뜬 마티는 에메트 브라운 박사의 집을 찾아간다. 박사는 아직 타임머신에 대한 아이디어조차 떠오르기 전인 상태다. 마티는 열심히 플루토늄이 다 떨어진 상황을 설명하고, 박사가 타임머신을 다시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한다. 대신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한다..

 

박사는 마티가 자신을 찾아오기 전 마티의 부모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미래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로레인이 조지에게 사랑에 빠지는 대신, 마티에게 빠져버려서 부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형과 누나, 마티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 속 형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마티는 둘을 이어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로 찾아가 과거의 일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중간 지점까지의 이야기다.

 

1부 엔딩 스포일러. 마티는 우여곡절 끝에 아빠와 엄마의 인연을 만들어주고, 자신의 위태로운 목숨도 구한다. 그리고 박사의 꾀로 전력을 공급받아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아빠는 훨씬 용감한 인간이 되어 있고, 엄마도 비만이 아니다. 일주일만에 보는 제니퍼와도 달콤하게 재회한다. 그러다 갑자기 박사가 등장! 미래에서 온 듯한 박사는 지금 큰 일이 났으니 미래로 돌아가야(Back to the Future) 한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마티와 제니퍼를 태우고 미래로 떠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백 투 더 퓨처>의 참을 수 없는 유해함※

일단 1편만 봐도.. 비판할 지점이 너무 많다. 일단 성폭력을 너무 일상적인 일로 묘사했다.

 

초반부 마티는 제니퍼와 사이좋게 길을 걷다가 에어로빅 옷을 차려 입은 여자들을 보고 시선 강간을 한다. 제니퍼는 귀여운 질투를 하고.  영화 역사상 수백만 번은 '사랑스럽고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들어갔을 장면이다.. 아오 열받아.. 꼬맹이 주제에, 마티 니가 무슨 날건달이냐?

 

그리고 착하지만 찌질하기로 제일 가는 조지가 나무에 올라가 로레인의 속옷 차림을 엿보는 장면. 이게 웃기냐? 이게 웃겨? 마티가 아버지의 성범죄 사실을 목격하곤 충격을 받는 표정을 짓긴 하지만.. 이런 장면을 어쩌라고 쳐넣은 거야? 그것도 주인공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남자애라면 혈기왕성한 10대 때는 그래도 돼~ 뭐 이런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냐고? 𝕊𝕊𝕀𝔹𝔸𝕃

 

2020년에 보면서, 가장 열 받고 충격적인 장면은, 무도회날 버티가 차 안에서 로레인을 강간하려고 하는 장면이다. 𝕊𝕊𝕀𝔹𝔸𝕃. 진심이냐. 이걸 지금 봐야 한다고? ㅜㅜ 개 열받음..... 강간을 강간이라 생각 못하는 지난날, 아니 오늘날까지도 남자 제작자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태도! 누가 타임머신 개발해서 옛날 사람들한테 <루머의 루머의 루머> 같은 작품 좀 뿌려주고 와줬으면 좋겠다 𝕊𝕊𝕀𝔹𝔸𝕃.. 

어린이들은 이 장면의 의미나 문제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 확률이 크고. 남자들은 그냥 재밌는 상황 내지는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 '내 것이 빼앗기는' 문제로 생각하겠지. 여자들은 이런 장면 보면 끔찍한 공포와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공포를, 남자가 만든 남자의 영화에서 하나의 도구로 삼다니. 경찰 수사로 넘어가야 하는 심각한 사건...

 

 

화가 좀 가라앉으면 다음 기사를 읽어보려 한다: <백 투 더 퓨처>는 어떻게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데 기여했는가. newrepublic.com/article/122243/how-back-future-helped-make-me-feminist

How "Back to the Future" Helped Make Me a Feminist

 

 

영화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게다가 1부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실제로는 그냥 1부만 만들 생각이었고,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는지, 연작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제니퍼를 연기한 배우는 2-3부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새로 배우를 기용하면서 1편 속 장면까지 모두 다시 찍었다고 한다. 1985년 극장에서 본 게 아니고선 재촬영, 재편집된 버전만 볼 수 있다.

 

1부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데, 2-3부는 없다. 웨이브, 구글 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듯하다.

 

 

다음 글:

백 투 더 퓨처 2·3(Back to the Future Part II·III, 1989·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