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스르는 남자(L'uomo senza gravità, 2019)

이탈리아 영화. 오스카르는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날 수 있는 남자다. 할머니와 엄마만이 유일한 가족. 할머니는 하나뿐인 딸이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것도 부끄러운데 손자는 하늘을 날기까지 하다니. 일단은 수치심 때문에 손자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꼭 수치심 때문만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알려지만 얼마나 더 큰 고초를 겪어야 할지 뻔하니까, 모녀는 오스카르를 세상과 단절시킨다. 집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엄마는 오스카르를 시장에 데려가 가방을 사준다. 오스카르가 직접 고른 핑크 가방을 메는 동안에는, 가방 속에 뭘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력을 받아 하늘 위로 둥둥 떠오르지 않으니까. 그렇게 바깥에 나가 놀기 시작한 오스카르. 오스카르는 금세 친구 아가타를 사귄다. 단짝이 된 둘은 서로에게 푹 빠진다. 아가타는 할머니 손에서 크는 아이다. 오스카르는 어느날 하늘을 나는 모습을 아가타에게 들켜 버리고, 아가타는 깜짝 놀라지만 오스카르와 계속 우애를 이어간다. 그러다 또 어느날, 아가타를 데리러 온 아가타의 할머니가 아가타가 오스카르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오스카르가 정말 멋지고 하늘도 날 줄 안다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아가타의 할머니는 그걸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치부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오스카르의 엄마는 당장 오스카르와 아가타의 사이를 갈라놓는다. 아가타가 집을 찾아올 때마다 오스카르가 없다고, 만남을 막는다. 아가타는 슬퍼서 엉엉 운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직접 아가타를 데리고 와서 오스카르를 못 만나서 애가 운다고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오스카르의 엄마는 숙제를 해야 해서 그런 것뿐이라고 둘러대고 둘을 돌려보낸다. 하지만 아가타는 엉엉 울며 할머니에게 "하지만 오스카르는 학교에 다니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숙제를 해야 하는 것도 거짓말이니, 자신을 더 이상 만나려 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할머니는 아마도 경찰에 신고를 한다. 오스카르네 집에 경찰이 집에 찾아오자 모녀는 오스카르의 학교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오스카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교 앞까지 찾아가지만. 오스카르도 자신이 학교를 다닐 수가 없는 상태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결국 세 가족은 마을을 떠난다.

 

여기부터 중간 스포. 시간이 흘러 오스카르는 어른이 되고, 할머니는 돌아가신 상태다. 함께 일하는 아저씨에게 멍청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가스라이팅만 당하는 오스카르는 TV에 나오는 탤런트 쇼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묘기는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하고, 그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사업가가 매니저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오스카르는 '중력을 거스르는 남자' 타이틀의 스타 생활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엄마가 찾아오고. 오스카르는 TV 쇼에서 대형 사고를 친다. 천사복을 입고서는 "나는 천사가 아니라고" 하늘을 나는 것을 거부한다. 결국 매니저는 오스카르가 사망했다는 거짓 소식을 알리고, 오스카르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기로 한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살다가, 시간이 흐른다. 이번에는 엄마가 돌아가셨다.

 

여기부터 후반 스포. 오스카르는 휠체어 생활을 한다. 휠체어 벨트가 하늘을 날지 않게 해준다. 시골 호텔 프런트에서 일한다. 그곳에서 다른 직원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며 잘 지낸다. 그러다 아가타를 만난다. 아가타는 창녀가 되어 이 호텔의 손님으로 와 있다. (왜!?!!!) 아가타는 오스카르를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다. 오스카르는 사람 잘못 봤다며 부인하지만, 자기가 아가타라고 하니 놀라며 다시 만나기를 약속한다. 아가타는 오스카르가 어릴 때처럼 좋지만, 가난한 오스카르와 정말 진지한 사이가 되는 것이 두렵다. 다시는 가난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오스카르는 자신이 어릴 때 할머니, 엄마가 버리고 떠난 옛집을 찾는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 모든 물건들이 그대로 있다. 그리고 아가타가 찾아온다. 핑크 가방을 들고. 둘은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 조금은 싱거운 결말.

 

 

주인공은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평범한 삶을 박탈당한, 그럼에도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런 사람.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능력이라 하지 않고 어딘가 고장난 치부로 치환한다면, 누구나 오스카르와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수치스러운 일이어도 괴롭고, 비이상적으로 칭송되어도 괴롭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 결핍되어 있던 아이. 어른이 되어서 큰 돈을 벌고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결코 원하지 않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아이러니. 사실은 매우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걸 아니꼽게 볼 필요는 전혀 없을 것 같은데.. 리뷰들 왜 그러지.. 이게 슈퍼히어로물도 아닌데 뭘 기대한 걸까. 우주복 입고 달에라도 날아갔어야 할까. 아무튼 해피 엔딩이라 다행이다.

 

아가타를 창녀로 만든 설정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전 세계 남자 영화 감독들은 불쌍한 여자를 그렇게 창녀로 만들고 싶나봐. 이런 개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