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트 나이트(Late Night) - #넷플릭스

 

제작 연도 : 2019년

제작 형태 : 아마존 오리지널

시청 루트 : 넷플릭스

감독 : 니샤 가나트라 Nisha Ganatra

각본 : 민디 케일링 Mindy Kaling

주연 : 민디 케일링, 엠마 톰슨 Emma Thomson

 

 

고인물 꼰대가 건방진 조력자를 만나 환골탈태하는 감동적인 드라마이자, 미디어에 만연한 각종 혐오와 차별 이슈를 지적하는 똑똑한 영화. 혹은 성덕 이야기.

 

몰리는 화학 공장에서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라도 맞은 듯 자신의 우상인 캐서린의 심야 토크쇼 작가로 합류한다. 캐서린은 오랜 시간 '레이트 나이트' 쇼를 이끌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재미도 감동도 없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새로 온 방송국장은 '레이트 나이트'의 호스트를 바꾸겠다 선언하고, 캐서린과 백인 남성으로만 구성된 작가 일동은 위기에 처한다. 미국의 기득권층인 백인 남성들의 감각만 고려해도 이미 한참을 뒤처져 있는데, 캐서린은 독재 정권과 다름 없는 의사 결정 구조를 고집하는 데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작가를 해고하는 등 불 같은 성미를 내뿜는다. 아무리 구린 아이디어가 물망에 올라도 그 누구 하나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썩은 물이나 다름 없는 이 고인 물에 들어온 인도계 여성 작가 몰리는 사실 인종으로 보나 성별로 보나 튀는 인물. 사실 몰리는 코미디 감각을 인정받아서 뽑힌 게 아니고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다는 제스처를 대충 선보이기 위해 고용된 것이다. 끈끈한 백인 남성들의 텃세와 까칠한 캐서린의 냉소에도, 몰리는 오랜 시간 캐서린을 덕질해온 경험을 살려 상상초월의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물론 처음부터 잘 풀릴 리가 없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어렵기만 하다. 사는 게 그렇듯, 갈등은 내부에서도 생겨나고 외부에서도 찬물처럼 끼어든다. 이 고난을 헤쳐나가는 두 주인공의 자세와 미덕이 이 영화의 매력 자체다.

 

현실에서 가장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요소는 캐서린의 탈꼰대력이다. 처음부터 커리어가 술술 풀리진 않았겠지만, 최정상 자리를 지킨 것이 10년도 넘을 텐데, 그 자리에서 눈 감고 귀 닫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순리일 지도 모른다. 또, 캐서린의 탈꼰대력은 무너지기 직전이었기에, 아니 이미 무너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발휘될 수 있었던 건지도. 어쨌거나 캐서린은 몰리의 진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룰을 과감히 깨며 대중에게 다가간다. 나이 든 백인 남성 집단뿐 아니라 젊거나 여성이거나 유색 인종인 다른 집단의 웃음보까지 건드리기에 성공. (여기부터 아마도 스포) 이 추세라면 '레이트 나이트'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간, 예기치 못한 스캔들이 터지고 캐서린은 주저앉는다. 그리고 또 다시 몰리는 캐서린에게 자신의 생각을 아끼지 않고 표명한다. 몰리가 선을 넘은 순간, 캐서린은 다시 폭발하고 몰리를 해고한다. 물론, 이것도 오래 가진 못하고, 캐서린은 몰리의 부재를 허전해하다 몰리를 다시 찾는다. 캐서린의 용기에 내가 다 고마웠고 감격스러웠다.

 

 

 

+사족

주인공인 몰리가 토크쇼 작가로 합류하기 전에 몸담았던 직장이 'chemical plant'이지만, 동료들은 계속 착각해 'factory'라 부른다.

영어로는 차이가 있는데, 번역은 그냥 똑같이 '공장'이었다. 궁금해서 더 찾아보니 plant는 제조 과정 중에 인풋이 물리적, 화학적으로 달라지는 아웃풋을 만드는 곳이고, factory는 원재료가 화학적으로 가공되는 일 없이 물리적으로만 조합되어 새로운 아웃풋이 나오는 개념 같다.

 

 

2020-07-07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