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가디언/리뷰번역] <어느 가족> 리뷰 - 고레에다의 대담한 신작이 마음을 훔치다

<어느 가족> 리뷰 - 고레에다의 대담한 신작이 마음을 훔치다

길 잃은 여자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사기꾼 가족을 그린, 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흡족스럽고 굉장히 인상적인 보석 같은 영화다.

 

작성자 : 피터 브래드쇼(Peter Bradshaw) 트위터 @PeterBradshaw1

게시일 :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c) Fuji Television Network/Gaga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은 복잡하고 교묘하고 신비로운 영화다. 뒤틀린 폭로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심리 서스펜스 누아르라 칭할 만큼 기이하고 놀랍다. 그럼에도 보통의 심리 서스펜스 누아르와는 매우 다르다. 전형적인 일본식 가족 드라마의 복잡하고 미묘함과는 또 다르다. (고레에다는 이 분야에서 현대적인 거장이 되었다.) 영화 후반부에 가슴이 찢어질 듯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질 때를 제외하고, 이 영화의 주된 플롯 변화는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야단스럽지 않게 일어난다. 올해 초, 칸느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을 처음 봤을 때(이 영화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나는 감탄했다. 물론 여전히 그가 만든 최고의 수작은 2011년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에는 <어느 가족>에는 없는 티 없이 맑은 데다 초월적이기까지 한 순박함이 있다.

 

내겐 여전히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그의 작품 중 최고다. 하지만, 영국에서 <어느 가족>이 개봉한 뒤 두 번째로 보고 나니,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게 얼마나 비열한 생각인가 싶었다. <어느 가족>은 훌륭하고 대담한 영화이자 고레에다의 수작 중 하나이다. 또한 <아무도 모른다(2004)>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같은 전작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족 트라우마와 가난의 공포를 잘 연구했다. 뉴스에 등장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어느 가족>은 일본 현대 사회의 역기능과 위선을 매우 투명하게 보여주면서 차분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한다. 이 작품을 보다가 핑크 플로이드의 가사 중 "조용한 자포자기는 영국의 방식이다.."라는 부분을 떠올렸다. 일본의 방식도 매한가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도 출연한 릴리 프랭키는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미심쩍게 미소 짓는 남자, 오사무를 연기한다. 그는 비밀을 품고 거짓말을 일삼는, 확장된 형태의 사기꾼 가족의 실질적인 앞잡이다. 이 가정은 중년의 남편과 아내, 10대 딸(혹은 아내의 여동생일지도?), 어린 아들과 할머니로 구성된다. 이들은 탈세할 목적으로 '그놈의' 소유권 명의를 돌리기 위해 집문서상 이름을 계속 바꾸는 수상쩍은 집주인에게서 임대한 비좁은 아파트에 모여 산다.

 

오사무는 표면상으로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이지만, 실제로는 아들 쇼타(죠 카이리)와 함께 매일 가게를 털고 훔친 물건을 되팔아서 돈을 번다. 그의 아내 노보유(안도 사쿠라)는 호텔 세탁실에서 일하는데 역시나 늘 손님들 옷 주머니에서 물건을 훔친다. 젊은 여자 아키(마츠오카 마유)는 시내에서 소프트 포르노 스트립쇼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 생활비를 번다. 하츠에 할머니는 연금으로 생활하는데, 고인이 된 남편의 두 번째 아내가 낳은, 성인이 된 자녀의 죄책감을 부추겨 돈을 타낸다. 대부분은 파칭코 슬롯 머신에 쏟아붓는다. 하츠에는 베테랑 일본 연기파 배우 키키 키린이 훌륭하게 연기한다. 이 작품은 키키 키린의 유작으로, 키키는 지난 9월 사망했다.

 

매섭게 추운 어느 날 밤, 오사무와 쇼타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며 힘든 하루를 보낸 뒤 집에 돌아온다. 이들은 추위에 떨고 있는 여섯에서 일곱살 남짓의 어린 여자 아이와 마주친다. 충동적으로 오사무는 비쩍 마른 노숙자 아이를 며칠 동안 데리고 있기로 결심한다. 아이는 몸에 학대의 흔적이 가득하고, 자면서는 이불에 오줌을 싼다. 전형적인 징조다. 오사무의 짓궂고 늙은 심장은 곧바로 녹아버리고 이 아이를 주리(사사키 미유)라 부르며 계속 데리고 있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도둑질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주리는 작은 손을 이상한 모양새로 움직이며 도둑 파트너에게 무엇을 언제 훔치면 좋을지 알려준다. 머지 않아, TV에는 주리가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오사무가 착한 일을 함으로써 구원을 받을 것인가는 영화가 던지는 물음이 아니다. 오사무의 사기꾼 가족은 사회 복지와 복지 당국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단순한 아이러니 또한 아니다. 물론 복지 당국이 오사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다면 그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고 고발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오사무가 다른 물건을 훔치듯 비도덕적인 방식으로 주리를 훔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처음은 아니다. 주리를 훔친 행위, 애매한 지점이 있지만 자애로운 유괴 행위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연루된 은닉의 거대한 패턴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이 영화는 디테일, 순간, 시선 그리고 미소라는 정교한 붓놀림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가족>은 겁먹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인 이야기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편리한 기치와 법의 레이더 아래, 평범한 이유로 함께하고 연대한다. 최악의 일이 벌어진 것을 깨닫는 순간까지 매일 최선을 다하면서. 풍부하고 흡족하고도 매우 지능적인 영화다.

 

 

 

 

원문 : 

https://www.theguardian.com/film/2018/nov/21/shoplifters-review-hirokazu-kore-eda

Shoplifters review – Kore-eda's audacious latest steals the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