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와 비(The Woodsman and the Rain, キツツキと雨, 2011)

힐링 영화로 익히 들어서 봐야지 봐야지 하며 켜놨다가, 늘 잠들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른 채 끝내길 여러 번. 드디어 맨 정신으로 다 봤다! 그리고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리뷰 폭탄 남기러 들어 옴.

 

산골마을에서 나무꾼으로 살고 있는 아저씨. 어느 날 영화 촬영을 해야 하니 잠시 전기 톱질을 멈춰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젊은 천재 감독과 스태프와 로드 트립을 떠난다. 는 개뿔. 촬영지 물색을 위한 동네 안내다. 그러다 정이 들었는지 계속 돕게 되고, 감독이 감독인 줄도 모르고 어린 놈이 일도 안 하고 싸가지가 없다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 어느 날 감독은 감독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웠는지 야반도주를 결심한다. 그가 감독인 줄도 모르고 역까지 데려다주는 나무꾼 아저씨. 가는 길에 영화 내용을 알려주는데 너무 몰입하며 즐거워하는 나무꾼. "정말 재밌어요?" 몇 번을 되묻듯 감독은 대본을 나무꾼에게 버리듯 선물하고 기차를 기다린다.

 

그러다 조연출과 스태프들이 쫓아와서 다시 잡혀간다. 나무꾼 아저씨는 집에 돌아와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중.. 감독은 다시 돌아와 대본을 돌려달라고 하고, 이제야 그가 감독인 걸 깨달은 나무꾼 아저씨는 감독의 파트너가 되어준다. 전혀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의 귀엽고 알콩달콩한 협업 이야기다. 진짜 귀엽다. 나무꾼 아저씨가 감독에게 만들어주는 편백나무 의자도 정말 사랑스럽다.

 

리더십 넘치는 나무꾼과 리더십이라곤 없는 감독.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힘을 내는 둘.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힘을 얻고, 나무꾼은 젊은이와 소통하며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영감을 얻는다. 친부모-친자식의 관계보다 타인끼리 맺은 우정이 더 쉬울 때가 많다. 나무꾼은 감독을 만난 뒤 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감독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눈물도 흘리고 성장한다.

 

배우들도 참 좋다. 오구리 슌도 짱 귀엽고, 나무꾼 아저씨도 박력있다. <딱따구리와 비>를 만든 감독은 <남극의 쉐프>도 만들었다. 다른 작품 중에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건 <모리의 정원> 키키 키린 주연작이다! 꼭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