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카레, 내일 빵(昨夜のカレー、明日のパン, 2014)

몇 년 전에 봤는데.. 그 따뜻한 힐링 감성이 너무 좋아서 얼마 전에 다시 봤다! 7부작 일드. 원작 소설 있음.

 

시부와 며느리가 함께 사는 조금은 기이한 이야기. 시부에겐 아들이자 며느리에겐 남편인 이 하늘나라로 간 지는 7년. 아들과 아내가 모셔진 불단에는 매일 아침 밥 한 공기를 올려둔다. 그리고 다음날 그 식은 밥을 시부와 며느리가 번갈아 가면서 먹는다. 시부의 고집에서다.. 

 

 

하늘나라로 간 카즈키를 연기한 건 호시노 겐이었다. 다시 봄..;; 호시노 겐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가장 살아 있는 캐릭터.. 왜 이 배우가 인기가 많은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이 남자는 맨밥, 맨우동 같은 매력이 있다.. 일본 사람들이 죽고 못 사는 맨밥과 맨우동.. 한국인인 내 입장에선 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지 의문스럽지만;; 오니기리처럼 슴슴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난 테츠코의 남자친구 이와이가 더 좋다.. 일단 잘 생겼고.. 여자친구가 죽은 남편을 잊지도 못하고 시부와 함께 사는데, 테츠코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 집에 드나들며 가족처럼 지낸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이 집에서 함께 지내면서 하루동안 불단에 올려진 식고 딱딱해진 밥을 먹겠다고 자처한다. 늘 죽은 카즈키와 대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 나는 평생 못 가질 것 같다.

 

 

이 작품에는 다른 인물도 등장한다. 옆집에 살고 있는 오다 가족. 그 집 딸내미 타카라는 카즈키의 소꿉친구로, 선망받는 직업인 승무원으로 잘 살다가 어느날 우울증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아침마다 우울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고 산책을 나가긴 해도 영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의사 친구도 있다. 타카라와는 반대로 웃고 싶지 않은데 안면 근육 장애로 계속 웃은 채 지내게 된 친구. 그리고 스님의 아들로 태어나 스님이 되어야 했지만 무릎을 꿇을 수 없어서 절을 물려받는 것은 포기한 친구까지. 어딘가 고장난 친구들이 모이면서 조금씩 회복해 간다.

 

 

시부는 취미를 만들어보라는 테츠코의 말을 듣곤, 테츠코의 직장 동료와 등산을 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리라 마음 먹고 서예 교실에서 만난 여인과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테츠코는 가족이라곤 자신밖에 남지 않은 처제를 챙긴다. 이 처제는 힐링물 전문 배우 카타기리 하이리가 연기한다.

 

카즈키를 그리워하는 인물은 또 있다. 카즈키의 사촌. 그는 카즈키가 몰던 차를 물려받았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주차가 불가능한 집을 구하려 하자, 차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오히려 테츠코와 시부는 태연하다. 그냥 폐차하라고 말하는데, 사촌은 그러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애도에 관한 이야기. 죽음 사람만이 아니라, 살다 지쳐 죽은 '마음'을 품고 사는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이다. 결코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미디에 가깝다. 7부작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

 

소설 원작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일본어에는 모든 명사가 만날 때마다 '의'를 의미하는 '노'가 등장하는데, 한국어에서는 '의'가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의'는 최대한 빼는 게 좋다. 그런데 왜 소설에선 내일의 빵에만 '의'를 집어넣은 걸까..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