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성공한 리더가 되려면 꼭 "나쁜 새끼"여야 할까?

성공한 리더가 되려면 꼭 "나쁜 새끼"여야 할까?
(DICKS: Do you need to be one to be a successful leader?)

 

앞서 소개한 맥스 조셉의 독서 관련 다큐보다 2년 전인 2017년에 만들어진 다큐다. 독서 다큐 글은 여기에서.

[북다큐/북튜브]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더 많은 책을 읽는 법 #독서방법

 

이번 다큐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인에겐 펜이 필요하고, 화가에겐 붓이 필요하고, 영화 감독에겐 군부대가 필요하다.' 악인으로 이름 높았던 영화 감독 오손 웰스가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졸라 못돼 처먹었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이러한 의문을 품는다. 성공하려면 꼭 나쁜 새끼가 되어야 하는 거냐고.

 

맥스는 평소 존경하는 거장 감독과 일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감독이 어땠냐고 물었는데, 십중팔구는 나쁜 놈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지인을 통해 캐묻지 않더라도 알려진 이야기는 많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은 대표작 <타이타닉>뿐 아니라 배우들을 정신적으로 몰아가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샤이닝>을 촬영하는 동안 배우 셸리 듀발을 괴롭혀 히스테릭 상태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맥스는 자신이 마침내 영화 감독이 되기 전까진, 거지 같은 영화 감독 일화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오만한 자아와 권력 남용이 원인일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영화 감독이 된 맥스는 영화 촬영장에서 배우들, 스탭들과 두루두루 친구처럼 잘 지냈고, 열정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피곤해서 퉁명스럽게 굴거나 기분이 처져 있을 때면 사람들이 더 빠르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맥스는 악마처럼 구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진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맥스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리더십'에 대한 의문점을 더 적극적으로 파서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자신이 영화 감독이기에, 주로 영화판에 관한 이야기를 추적한다. 영화 감독과 작가, 리더십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이번 영화에서 처음 찾아간 것은 <불편한 진실>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다. 데이비스의 감독 입봉작은 <가십(Gossip)>이었다. 그는 촬영 당시 케이트 허드슨 등의 배우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들은 선을 그었고 그를 감독으로서만 대하길 원했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감독은 그때 너무 어렸고 경험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데 집중한 것 같다고 술회한다.

 

데이비스는 친한 친구이자 영화 감독인 피터 버그가 첫 촬영을 앞둔 자신에게 말하길, 촬영이 시작되고 2시간 안에 누군가를 해고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럼 모든 사람들이 널 무서워할 것이라고 말이다. 데이비스는 맥스에게 피터를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라고 한다. ㅋㅋㅋ

 

맥스는 피터 버그 감독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은 뒤, 그가 미팅 장소로 요구한 보스턴까지 날아갔다. 그런데 보스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감독의 비서가 연락해 말하길, 오늘 만남은 어려울 것 같다며 영화 촬영이 끝나고 LA에서 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맥스는 보스턴행 항공권을 샀고 이미 보스턴에 도착한 데다, 호텔 예약까지 완료했는데 말이다. 벌써 나쁜 XX의 기운이 가득.

 

 

맥스는 보스턴에 온 김에, 피터 대신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기로 한다. 리더십 관련 책을 여러 권 낸 마이클 맥코비 박사. 그가 분석한 리더는 대체로 나르시스트다. 나르시스트에게는 강한 초자아가 없고, 강한 확신이 없다. 대신 이상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거부하며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고 주장한다. 이런 나르시스트가 링컨, 오바마, 간디, 테레사 수녀, 잡스 같은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맥코비 박사는 이러한 나르시스트들을 분석했을 때 다음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 흔들리지 않는 확신, 자기 자신 말고는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듣지 않는다는 점, 약간은 강박적이고, 통제 과잉에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가끔은 잔인해진다는 것이다. 박사는 이들이 때때로 잔인해지는 이유는, 이들이 지닌 실현하려는 비전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비전이 끔찍했던 경우가 히틀러라고.

 

하지만, 이것을 벌써 결론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직 매우 초반부에 불과하니까.

 

이후 맥스는 <나쁜놈 이론(Asshole: A Theory)>을 쓴 아론 제임스, 영화와 드라마 작가 카린 쿠사마, 자신의 친구이자 음악 감독 랜덜 포스터, 코미디 명작을 만든 촬영 기사 존 햄버그, <기브 앤드 테이크>의 저자 아담 그랜트, <권력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의 저자 로버트 그린을 찾아간다. 이들은 대체로 매우 나이스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맥스는 과연 인터뷰이 중 가장 나쁜 놈으로 추정되는.. 피터와 만날 수 있었을까? 까칠한 그는 피터와의 인터뷰를 수락했을까? 궁금하다면 영상으로 직접, 꼬옥! 확인하길 바란다. 분량은 34분 49초. 이 글에서 소개한 것은 초반 8분가량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다양한 인물의 색다른 관점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데다, 맥스의 뛰어난 감독/편집 실력 덕분에 아주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영상엔 한글 자막이 없다.. 영어 자막도 자동으로 달린 것이라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 모든 것이 어렵다면, PC에서 접속해, 자동 번역된 한글 자막으로 보길 추천한다. 대체로 못 알아먹을 문장으로 가득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