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the guest(The Guest, 2018)

엑소시즘, 샤머니즘을 주제로 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2018년에 16부작으로 방영되었는데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정주행! 방영 당시엔 존재조차 몰랐는데 4%라는 시청률로 꽤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일단 <검은 사제들>과 <곡성>을 짬뽕시켜 놓은 느낌.. 배우들의 매력이 엄청나다. 김재욱, 김동욱, 정은채 주연에, 조연진의 연기력이며 존재감이 그야말로 폭발한다.

 

주인공들이 16부 내내 '박일도'라는 악령을 없애기 위해 쫓는 이야기다. 윤화평(김동욱)의 실체와 쓰임은 최종화에 가서야 비로소 밝혀지는데(이게 사실 박일도의 음성 해설로 밝혀지는 거라 좀 아쉬웠당).. 아무튼 윤화평은 박일도가 저지르는 살인 행위를 환각으로 미리 보는 능력이 있다. 이걸 볼 때마다 형사 강길영(정은채)에게 연락해 사건 발생을 막아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강길영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얼마 후에 우연한 계기로 구마 사제 최윤(김재욱)이 무리에 합류한다. 악령의 하수자, 즉 작은 귀신들을 쫓는 능력은 최윤에게만 있다는 설정.

 

사실 셋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극 초반부에 사연이 다뤄진다. 간단히 설명하면, 어린 윤화평이 박일도의 악령에 씌였고 그 영향으로 윤화평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동네 무속 신앙인의 누름굿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구마 사제를 부른다. 신부 양윤모(안내상)와 최상윤은 윤화평에겐 악령이 깃든 것이 아니라 말한다. 그런데 그 악령이 최상윤에게 들었고(='손'이 왔고), 최상윤은 본가를 찾아가 자신의 부모를 죽여버린다. 때마침 딸 강길영을 태우고 근처를 지나가던 형사(박효주)는 엉망인 꼴로 논가에 서 있는 윤화평이 걱정돼, 그가 가르키는 최상윤의 집을 찾는다. 최상윤의 동생 최윤이 침대 밑에 숨어 벌벌 떠는 모습을 발견하곤, 동료 경찰에게 출동을 지시하고 최상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렇게 최윤은 살아남은 것이다. 설명이 하나도 안 간단하네..

 

윤화평은 박일도가 씌인 최상윤을 찾고자 택시 기사가 되어, 전국을 수소문하며 다닌다. 윤화평 곁에 유일하게 남은 피붙이는 할아버지 윤무일(전무송)이다. 자신을 동생처럼 아껴주는 형이자 조력자로는 무속인 육광(이원종)이 있다. 

 

연기도 훌륭하고, 전개도 대체로 흥미로웠다. 미지의 누군가가 악령에 씌여 살인을 저지르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점이 지겹기도 했는데.. 윤화평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

 

또, 한국의 무속 신앙이 매우 얕게만 다뤄진 점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천주교의 구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이지도 않지만. 결정적으로 악령을 퇴치할 수 있는 게 무속인이 아니라 천주교 구마 사제라는 점에서 음.. 사대주의? 혹은 제작진의 종교관이 느껴져서.. (무속 신앙이 비과학적이고 미신이고 어쩌고 하는 논란을 떠나서 - 그렇다고 종교가 과학적인 건 아니잖아 - 어쨌든 전통 문화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실망) 그리고 윤화평이 자라면서 왜 육광에게서 이것저것 배우질 않았는지, 스스로 무속인이 될 생각은 안 했는지는 또 다른 의문..

 

또 싫은 소리 하나를 하자면.. 정은채의 연기력이.. 흥분하고 소리 지르고 감정을 격하게 끌어내야 하는 연기를 할 때마다 발성이라던가 내공이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그 묵직하고 멋진 목소리 톤이 일상 언어를 벗어나면 매력을 잃어.. 표정 연기도 어딘가 살짝씩 부자연스럽고..(이 사진에서도 뭔가 감정이 없고 멍~해 보임..) 원래 테크닉보단 타고난 존재감으로 비비는 스타일이었나ㅜㅜ 어쨌든 유튜버 해줬으면 하는 연예인 중 하나다..(뜬금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