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야(A Girl at My Door, 2014)

넷플릭스 종료 예정 작품이라 부랴부랴 본 작품. 얼마 전 배두나 인터뷰에서 본, <도희야>를 선택한 이유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서 마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두나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이런 영화가 나오지 못하겠구나 싶어서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아동 학대, 아동 성착취 관련 콘텐츠는 보기 힘들어서 일부러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주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사회 문제를 녹여낸 영화였다.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외국인 노동자 혐오.

 

이영남(배두나)은 서울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좌천되어 작은 바다마을 파출소 소장으로 부임 온다.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온갖 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모자라 친구들에게도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중학생 선도희(김새론). 영남은 도희에게 처음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캐릭터다. 도희에게 가만히 맞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어른이 아이를 때리는 건 무척 나쁜 짓이라고 알려준다.

 

도희의 양부 용하(김새벽)는 불법 체류 노동자 브로커다. 불법 체류자들을 데려와 몇 달씩 임금을 떼먹고 학대도 서슴지 않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없고 오히려 용하가 없으면 마을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추켜세우기 바쁘다. 도희가 폭행 당하며 지내는 일에도 그저 술이 웬수라며 가해자 편을 든다(무슨 논리?).

 

다만 결말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포일러다. 1. 도희야 인형을 왜 그렇게 만져.. 아무리 그래도 중학생인데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니? 2. 그랬던 애가 왜 갑자기 똑똑해지고 영악해져서 어른도 쉽게 못할 반전극을 펼치지? 그리고 그 부분의 세밀한 묘사가 투 머치다. 3. 세상의 무관심과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그런 비극이 일어난 건데, 조연 캐릭터의 입에서 도희가 괴물 같다는 표현이 '반전처럼' 나온다. 영화를 보고 모든 진실은 아는 사람이라면 몰라, 철저히 그 캐릭터에 이입했을 때,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어린 아이 눈에 독기가 서렸다고 그런 표현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문제의 근원을 사회 시스템이 아닌 개인에게서 찾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니 아쉬울 수밖에.. 물론 감독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확신하지만. 4.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결국 도희를 구하고 거두기로 결심하는 것은 영남이다, 국가 기관이 아니고.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깨끗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도 조금 어거지고.. 아무리 우리나라에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해도(쓰면서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난다, 이게 말이 돼?), 시늉이라도 보여줬음 어떨까 싶다. 마땅히 사회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그 지경이 났는데도 개인의 힘으로 처리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