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C/무용번역] 무용 리뷰: 트리플 빌(2018년 12월 19일)

취미로 하는 번역/무용

by l'enfant terrible 2020. 8. 19. 22:50

무용 리뷰: 트리플 빌

조이 세이블(Joy Sable)이 로열 발레단의 최신 작품을 감상하고 왔다.

★★★★☆

<더 콘서트>에서 Bennet Gartside와 Laura Maurea (c) ROH/Bill Cooper

매년 이맘때면 항상 무대에 오르는 <호두까기 인형>이 지겹다면, 로열 발레단에서 지금 공연 중인 <트리플 빌>은 완벽한 해결책이다. 세 명의 톱 안무가가 만든 작품을 올린다. 두 명은 영국 토박이고,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온 전설적인 존재다.

화요일 밤, 오프닝 작품은 프레더릭 애쉬턴 경의 <Les Patineurs>이었다. 80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고 즐거운 작품이다.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꽁꽁 언 연못 세트가 놓여 있다. 무용수 몇몇이 무대 위를 휙휙 지나다니는데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럽게 이동하는 동작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파란 소녀 역할을 맡은 최유희와 안나 로즈 오설리반은 숨이 멎을 듯한 발란스와 턴을 구사하며 반짝반짝 빛이 났다. 파란 소년 역할을 맡은 마르셀리노 삼베는 독무를 추며 상당한 품위와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줬다. 무대가 끝나면서 조명이 어두워지고 눈송이가 내리고 커튼이 천천히 닫힐 때 이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용수가 마르셀리노다.

로열발레단의 <레 파티뇌르> 공연 영상(2011~2012년으로 추정):

두 번째 발레 작품은 케네스 맥밀란 경의 <Winter Dreams>다. 체호프의 <세 자매 이야기>를 55분짜리 무용극으로 영리하게재구성한 작품이다. 러시아식 고뇌를 마주할 수 있다. 칙칙한 배경을 뒤로 하고 세 자매가 내밀한 욕망과 혼란을 차례대로 드러낸다. 마리아넬라 누네즈는 감정이 메마른 결혼 생활에 갇혀 있지만 베르시닌(티아고 소아레스)을 동경하는 마샤 역할을 맡아 빛을 발한다. 기타와 만돌린,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발랄라이카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전통 민속 음악을 연주해, 완벽하게 러시아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2018년 월드 발레 데이 때 로열발레단에서 공개한 <윈터스 드림> 리허설(리뷰에서 언급한 캐스팅 그대로):

이날 저녁은 아주 흥미롭고 매우 가볍게 끝난다. 제롬 로빈스의 <더 콘서트(The Concert)>로. 이 작품은 발레 역사상 가장 웃긴 작품으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 무대 위에서 음악회를 감상하는 관객이 벌이는,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순간, 그리고 비현실적인 공상과 쇼팽의 음악이 더해진다.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남편, 모자상(모자 가게 주인)의 악몽, 열정적이지만 군무는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무용수들까지... 이 모든 것은 피아니스트가 거대한 나비채를 들고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을 쫓아 다니는 것으로 끝난다.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나?

제롬 로빈스의 <더 콘서트> 공연 영상(2008년 공연된 파리 오페라 발레단 버전):